"금소법이 다가온다"…소비자 보호 속도내는 금융권
입력 2020.06.10 06:00
수정 2020.06.09 22:11
라임‧DLF‧디스커버리 펀드 등 사태에 자발적 후속대책
금융당국 '엄벌‧제재' 이뤄지기 전에 '사전예방'에 집중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소비자보호'가 금융권 화두로 떠올랐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금소법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서는 동시에 상품판매 과정에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 마련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소비자보호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자문위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강화를 위한 은행내 자문기구로, 외부전문위원 4명과 내부위원 1명으로 운영된다.
국민은행은 최근 잇따라 터진 라임‧DLF 등 대형금융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입장이지만, 한층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 기조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보강하는 차원이다.
이미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본부를 소비자보호그룹으로 재편하고, 각 지역본부에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과제들을 점검하고 영업점에서 발생한 고객의 불만사항 해결을 지원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 제도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중은행 최초로 투자상품 판매정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소비자보호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관련 시스템을 고객 관점에서 재설계했다. 이는 진옥동 은행장의 '고객 중심'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하나은행도 겸직 체제로 운영하던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 배치하면서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를 격상시켰다. 농협은행도 펀드 상품 판매 등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월 금융소비자보호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금융소비자보호조직을 지주 내에 신설했고, 우리은행도 기존의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재편했다. 신설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 조직으로 운영해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기업은행은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에서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분리하는 등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부와 금융소비자지원부를 분리해 각각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조치와 사후 관리를 맡도록 했다. 또 '펀드 사태' 예방을 위해 투자상품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판매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별도의 규제안을 발표하는 등 소비자호보 방안을 강제하기 전에 금융사가 선제적으로 소비자보호 시스템 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금융당국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잇따른 펀드사태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은행만큼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바로 세우는 등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사들이 정책금융지원에 나서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 보다 '소비자 보호'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형금융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올해 은행권에선 금융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이 당면과제가 됐다"면서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모면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금융사 스스로 소비자보호 문제를 해결할 때라는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금소법은 지난 3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부당 권유 등을 하면,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금융사는 징벌적 과징금까지 물어야 한다. 금융사는 소비자가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 위법행위에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설명의무 위반을 입증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