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청출어람in가요] 고민 흔적 고스란히 담긴 김희재의 ‘오르막길’
입력 2020.06.08 16:21
수정 2020.06.08 16:22
김희재, '꼰대인턴' OST '오르막길' 4일 발매
섬세한 음정 처리와 원곡 감동까지 고스란히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수들은 선배 가수의 명곡을 자신의 색깔로 재해석하거나, 빛을 보지 못했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 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편곡과 가수의 목소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과 감성을 주는 ‘청출어람 리메이크’곡을 살펴봄으로써 원곡들도 다시금 조명합니다.>

최근 가장 ‘핫’한 OST의 주인공은 MBC 드라마 ‘꼰대인턴’이다. 트로트 열풍의 주역인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이 연달아 OST에 참여하면서다. 앞서 영탁과 이찬원은 각각 ‘꼰대라떼’ ‘시절인연’(時節因緣)을 불러 음원차트는 물론 엄청난 화제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세 번째 주자로 김희재까지 가세했다. 김희재는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리메이크해 지난 4일 발매했다. 앞서 ‘돌리도’ ‘나는 남자다’ 등의 곡으로 사랑받은 김희재의 첫 드라마 OST 참여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원곡: 윤종신(feat.정인) ‘오르막길’
윤종신이 지난 2013년 1월 내놓은 ‘행보 2012 윤종신’의 타이틀곡으로 정인이 부르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 발매된 월간 윤종신 중에서 최고 음원 판매를 기록했을 정도다. 입소문을 타고 정인과 윤종신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많은 가수들이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앞으로 힘들어질 시간을 가질 사람들에게 곧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생각보다 힘들 테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말한다. 지독히 현실적이고 낭만적이지 않은 가사지만 이 오르막길을 함께 헤쳐나 가자는 희망적인 메시지 때문에 결혼식 축가로도 많이 선택되는 곡이다.
무엇보다 정인의 탁하면서도 시원한 이중적인 목소리는 소울과 록이 묘하게 섞인 이 노래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진다. 뿐만 아니라 편곡자인 조정치의 기타는 정인의 목소리를 밀어주고 받쳐주고, 결국엔 감싸준다.
◆리메이크곡: 김희재 ‘오르막길’
김희재가 부른 ‘오르막길’은 윤종신의 ‘이별하긴 하겠지’, 규현의 ‘블라블라’ 등을 작곡한 바 있는 강화성 작곡가가 편곡했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감동을 유지하면서도 드라마의 테마에 잘 어우러지도록 피아노와 스트링 등 담백한 악기 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김희재는 평소 음정과 리듬, 박자에 매우 정확한 가수로 유명한데, 이번 곡을 소화하면서도 그 강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녹음 과정에서도 원곡의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가사 한 줄 한 줄의 의미를 거듭 고민한 흔적이 남는다. 흔들림 없는 곡 소화 능력에 매우 섬세한 음정 처리가 인상적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애초에 ‘오르막길’은 윤종신이 정인에게 주려고 써 놓은 곡으로 알려졌다. “정인과 조정치 커플을 보고 썼다”는 윤종신의 말에 정인은 ‘립서비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실제 가사가 이 부부와 쏙 빼닮았다.
11년의 긴 연애 끝에 2013년 결혼한 정인과 조정치 부부는 지리산 정상에 올라, 면사포를 연상케 하는 하얀 천을 두른 기념사진으로 결혼식을 대신했다. 해발 1915m에 이르는 지리산을 오르며 두 사람은 함께 ‘오르막길’ 가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