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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속 갈림길 선 이재용...삼성 글로벌 경영 먹구름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6.08 05:00 수정 2020.06.07 20:55

2018년 2월 이후 2년 4개월만에 재구속 위기

2년간 글로벌 경영 행보 차질 빚어질 가능성

포스트코로나 위기 극복·기회 창출 상실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구속의 기로에 섰다. 지난 2년간 글로벌 기업 총수로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온 그의 구속 여부에 따라 삼성의 글로벌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로 그룹 총수가 구속되면 삼성의 글로벌 경영 차질이 심화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수감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던 이 부회장은 새로운 사건으로 다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 부회장은 심사를 받은 뒤 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되며 구속 여부는 늦은 밤 또는 다음날인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외 현장 행보 활발...코로나19·무역분쟁 심화 불확실성 증대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재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한 지 2년 4개월 만으로 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영장심사는 지난 2017년 2월 법원이 특검의 2차 영장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된 지 3년4개월만이다.


이번 영장 실질심사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 부회장이 지난 2년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이 부회장은 2018년 5월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동일인 변경(이건희→이재용)으로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총수가 된 이후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행보를 펼쳐왔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2018년에 주로 해외 출장 등을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미래에 초점을 맞춘 경영활동을 펼쳐 온 그는 지난해부터는 주력 분야의 국내 사업장 방문 등 현재로도 경영 보폭을 넓혀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 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 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올해만 해도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현지법인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등 2건의 해외 출장과 함께 경기도 화성·수원, 경북 구미, 충남 아산·천안 등 다양한 국내 사업장들을 살피며 현장 경영행보에 나섰다.


또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이어 낸드플래시 신규 투자로 생산라인 구축에 착수하는 등 초격차 기술·생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냈다.


아울러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시작으로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 7개 계열사의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치 등 사업 외적인 문제들의 해결에도 적극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행보를 펼쳤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쳐 왔다는 점에서 삼성으로서는 이번 구속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 수출 규제 리스크 등으로 커지고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동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과 산업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이며 생존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최대 기업 그룹을 이끌어 온 총수의 부재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결단력과 위기 극복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추진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 오너 부재시 대규모 투자·M&A 차질…경쟁력 약화 불가피


이 부회장의 부재는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적기 대규모 투자 등의 결정이 차질을 빚으며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석방 이후 6개월 만인 지난 2018년 8월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에 25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포함한 총 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선포한 '반도체 2030' 비전을 통해 총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전경.ⓒ삼성전자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최근 이뤄진 평택 사업장의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착수도 어려울때일수록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지론에 따라 추진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가 현실화되면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력 향상은 고사하고 이미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의 추격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반도체 자급자족을 선언한 상태로 시스템 반도체분야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1위 타이완 TSMC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적기 대규모 투자는 필수적인데 오너 부재는 결정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128단 낸드플래시와 10나노급 D램 등 최첨단 메모리 제품의 양산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코리아 위상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이들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사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인수합병(M&A)도 오너의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적극적인 M&A 행보에 나서며 현재의 위기를 발판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은 1주일만에 3곳의 스타트업(신생벤처)을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4월 가상현실(VR) 관련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공업체 '넥스트VR'을 시작으로 음성명령 기술 업체 '보이시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날씨 예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업체 '다크스카이' 등을 잇따라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면서 이러한 M&A시도 동력이 점점 떨어지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대규모 M&A는 실종된 상태다. 하만 인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로는 최대 규모인 약 9조3700억원을 투자한 역대급 빅딜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2017년 2월 이후 이러한 시도는 사라졌다.


아울러 오너의 잦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의 신인도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에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라며 “국가적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이 시점에 기업과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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