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젠다 주도권 가져온 김종인, '끌려다니지 않는 정당' 만든다
입력 2020.06.07 00:10
수정 2020.06.07 06:03
'기본소득',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 등 진보적 담론 선제적 제시
정부여당에 끌려다녔던 통합당, 모처럼 '아젠다 싸움' 주도권 확보
비대위 내 '경제혁신위' 설립 통해 제시 담론 확장시켜 나갈 전망
잔존해 있는 보수진영 일각 우려 잠재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 평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출범과 함께 보수정당의 지도자로서는 파격적이라고 평가 받는 '기본소득' 담론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모처럼 정치권 '아젠다 싸움'의 주도권을 통합당이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은 한동안 정부여당이 내놓는 담론에 끌려다니기만 했다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제' 등 국민적 관심이 모였던 경제·노동 아젠다를 비판하기에만 바빴을 뿐, 국민들을 향해 확실한 대안을 어필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4·15 총선 이전 최대 화두였던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에 있어서도 늘 한발짝 뒤쳐진 반응과 모호한 스탠스로 일관해 답답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민심을 뒤흔든 주요 요소로 작용했던 이 문제에서 밀렸던 것이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취임 일성으로 '진취적인 정당', '정책 측면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정당'을 들고 나온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약속을 '기본소득' 제시를 통해 현실화한 것에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의 잘못된 행보를 지적하고 투쟁해야 할 땐 투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에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확실하게 되치기를 할 수 있는 전략 및 담론을 제기했어야 하는데 통합당엔 그런 것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 여부는 차치에 두고서라도, 국민 모두가 바쁜 일상 중에도 한 번쯤은 들여다 볼만한 이슈를 먼저 들고 나왔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 '데이터 경제' 등의 화두를 던져놓은 상황이다. 향후 꾸려질 비대위의 정책탱크 '경제혁신위'에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각종 연구와 법안 발의를 통해 담론을 확장시켜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한 통합당 비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모두가 놀랄 만한, 그러면서 보수의 기본 가치와 색채는 잃지 않는 방향에서 신선한 정책들을 준비할 것"이라며 "단순히 운만 띄우는 게 아닌,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수반할 것이다. 국민들이 통합당을 주목하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통합당 의원들도 선진적인 경제적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놓으며 김 위원장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경제계에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관련 법안들이 그것이다.
다만 여전히 잔존해 있는 보수진영 일각의 반발 기류를 잠재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관측이다. 실제 진보의 대표적 담론이었던 기본소득을 꺼낸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일 김 위원장을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는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날도 "보수를 부정하는 것이 개혁과 변화가 될 수는 없다"며 "우리가 그토록 추구해 온 자유의 가치를 물질적 가치라는 협소하고 속물적인 가치로 전락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일각의 기류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도 지난 2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소 불만스러운 일 있어도 너무 시비를 걸지 말아달라"며 "다들 협력해서 이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데 많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한 통합당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 갓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대다수 의원들은 응원하는 심정으로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특히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한 번에 너무 급진 행보를 가신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분명 있다"며 "정부여당보다 공격적인 담론 제시를 통해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는 점만은 확실히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