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한 강정호, 고개 숙여도 여전히 ‘싸늘’
입력 2020.06.05 19:23
수정 2020.06.05 19:24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서 서너 차례 고개 숙여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 인터뷰 없이 주차장행
KBO리그 복귀를 꾀하는 강정호(33)가 입국했다.
미국서 체류하던 강정호가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에 들어설 때 90도로 인사한 강정호는 실외 주차장까지 걷는 동안에도 몇 차례 고개를 숙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공항에서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 카메라들만 거리를 두고 촬영했다. “반성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였지만 강정호를 향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2주 자가격리 뒤 가지는 기자회견서 정식으로 사과할 예정이지만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량만 놓고 보면 일부에서는 탐낼 만도 하지만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
강정호가 복귀 의사를 밝힌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도 강정호의 기자회견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인데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아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정호를 영구 퇴출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로 여론이 나쁘다.
지난 2014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니폼을 입은 강정호는 주전 자리를 꿰차며 어엿한 메이저리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고, 조사 과정에서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사실까지 드러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메이저리그 재진입이 어려워진 강정호는 KBO리그로 복귀를 꾀하고 있다. 최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와 반성문을 KBO에 제출했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1년 유기실격과 300시간 봉사활동 징계를 내렸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야구팬들의 거센 비판 속에 강정호는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 결과가 나온 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를 통해 "죽는 날까지 속죄하며 살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음주운전이 잠재적 살인행위라는 인식이 퍼진 현 사회에서 강정호를 향한 여론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한 번 더 야구할 기회를 달라”는 강정호의 호소가 싸늘한 팬들의 시선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강정호 복귀를 반기는 입장은 아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력 보강에서 강정호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이순철 해설위원도 지난 1일 SBS스포츠 ‘주간야구’에서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자회견을 해도 논란만 커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KBO 대응 방식을 질타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강정호 개인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KBO가 일을 잘못 처리하면서 사회적인 파장이 커졌다”며 “KBO가 하는 일은 뭔가. 사회적으로 동요가 있으면 컨트롤 해야 하는 것이 수장인데 총재는 뭘 하고 있나”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안경현 해설위원 역시 “강정호 선수가 복귀하면 박한이 선수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