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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뒤집고 깨부수고…가족 드라마의 도발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6.04 06:33 수정 2020.06.04 08:01

결혼 제도에 대한 화두 던져

전통적인 가치관 변화

'오 마이 베이비'.ⓒtvN '오 마이 베이비'.ⓒtvN

"드라마 찍고 비혼주의자가 됐어요."


지난달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은 한소희의 말이다. 드라마는 사랑하는 남녀가 가족으로 얽히면서 일어나는 극단적인 상황을 그려냈다. 시청자들 역시 "결혼해서 저런 일 겪는 것보다 결혼하지 않는 게 속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부부의 세계'는 결혼 제도에 대한 화두를 제시했다.지선우(김희애 분)-이태오(박해준 분)가 치고 받고 싸우고 과정을 보노라면 과거에 사랑했던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다. 부부의 이혼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아들 준영(전진서 분)이기에 '부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끔 했다. 잘 나가는 싱글인 설명숙(채국희 분)이 최후의 승자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과연 꼭 필요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놓고 '비혼'을 선포한 드라마도 있다. tvN '오 마이 베이비'에서 주인공 하리(장나라 분)는 결혼은 싫고 아이만 낳고 싶은 육아지 기자다. 결혼 없이 아이부터 낳겠다고 선언하는 여성 캐릭터는 '결혼하면 출산해야 한다', '결혼이 곧 사랑의 종착지이자 사랑의 결실은 아이'라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다. 이는 결혼이 더는 삶의 목표이자 최우선 가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제작진은 "결혼을 하지 않는 미혼 남녀가 많다"며 "결혼에 행복의 가치를 두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미혼남녀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비혼율 증가는 수치로도 알 수 있다. 지난 3월 통계개발원(KOSTAT) 계간지 통계플러스에 실린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보고서(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기준)에 따르면, 1974년생 여성 중 만 40세가 된 2014년까지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12.1%나 됐다. 1944년생 여성(1.2%)과 비교해 30년 새 10배 넘게 뛴 셈이다.


비혼율의 증가에 대해 우 연구위원은 "혼인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인식이 줄어든 가치관 변화가 작용했다"며 "2012~2014년 혼인 이행 패턴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만 40세 기준 생애 비혼 여성의 비율은 향후 18~19%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tvN

제목을 통해 '이혼'을 드러낸 주말극도 있다. KBS2 '한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송영달(천호진 분)의 네 자녀 모두 이혼했다. 둘째 딸 나희(이민정 분)가 이혼 사실을 부모님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남편과 이혼 후 동거하는 모습은 기성 세대와 요즘 세대의 이혼에 대한 생각 차이를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건을 밑돌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이혼은 11만800건으로 전년보다 2% 증가하며 2년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한 점이 결혼이 줄어든 원인으로 꼽힌다. 2008년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라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8%를 차지했지만, 2018년에는 48.1%로 19.9%포인트 줄었다. 미혼 여성의 경우 22.4%만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한번 다녀왔습니다' 제작진은 '이혼도 유행이 된 시대'라는 한 신문 기사 헤드라인을 보고 드라마를 기획했다.


1일 첫 방송한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화목한 가정이 아닌 서로 무심한 가족 구성원을 보여준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통념을 엎고 서로 잘 모르는 타인 같은 관계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우리 가족을 보는 것 같아 현실적이었다"며 호응했다. 권영일 PD는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가족 이야기"라며 "여러 사건과 상황을 마주하는 가족의 다양한 시선을 담았다"고 전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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