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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가 게임체인저?… "국내 기업 치료제 개발 열기 못 꺾어"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5.31 05:00 수정 2020.05.31 03:48

실패한 에볼라바이러스약의 변신… 한국도 특례수입 추진

"만능 치료제 아냐"… 더 효과적인 약 개발도 ing

일양약품·부광약품·신풍제약 등 임상 진행 '기대'

방역 당국이 코로나 치료제로 렘데시비르 긴급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기업들은 렘데시비르 도입과는 상관 없이 진행 중인 코로나 치료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자료사진) ⓒ셀트리온 방역 당국이 코로나 치료제로 렘데시비르 긴급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기업들은 렘데시비르 도입과는 상관 없이 진행 중인 코로나 치료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자료사진) ⓒ셀트리온

방역 당국이 코로나 치료제로 렘데시비르를 긴급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렘데시비르가 경증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한 학술적 근거가 부족해 크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만능 치료제'가 아닌만큼 코로나 유행 국면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렘데시비르 도입과는 상관 없이 진행 중인 코로나 치료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당국은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효과가 검증된 램데시비르에 대한 해외 특례수입을 식약처에 신청한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미국 제약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이다.


보건당국은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폐렴에 대한 치료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아직까지 대체할 항바이러스제가 없는 상황에서 의학적으로 렘데시비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식약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할 계획이다.


특례수입이란 약사법에 따라 관계부처 장이 요청을 하면 식약처장이 긴급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의약품에 대해 수입품목 허가나 신고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제도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렘데시비르에 대해 중증 이상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다만 정식 치료제가 아닌 ‘중증환자’ 치료용이다.


혈중 산소량이 적거나 산소요법치료·인공호흡기 등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를 대상으로만 투여한다. 아직 임상 시험으로 렘데시비르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중증 환자에 치료효과 보인 렘데시비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을 통해 임상시험을 한 결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사망률을 11.9%에서 7.1%로 줄이며 치료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에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는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한 렘데시비르의 사용'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유럽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코로나19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약 68%에 해당하는 36명이 산소 지지(oxygen-support) 수준이 좋아지며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사용했던 30명 중 17명(57%)은 이를 벗을 수 있었다.


렘데시비르는 효소의 일부인 것처럼 바이러스를 속이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복제를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렘데시비르는 느슨한 코로나 폴리메라아제 조직에 마치 조직 일부인 듯이 섞여들어가 바이러스를 속인 후 RNA 복제를 억제한다.


아직 완벽한 치료제라고 평가하긴 일러… 국내 개발 치료제 '주목'


렘데시비르가 가장 유력한 치료제로 꼽히지만, 경증 환자에게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해 중증 환자에게만 투여된다. 때문에 렘데시비르가 국내에 들어와도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열기를 꺾지는 못할 전망이다.


일양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첫 해외 임상시험을 승인받았고, 부광약품과 신풍제약 등은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일양약품은 자사가 개발한 국산 18호 신약 ‘슈펙트’가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승인받았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11개 기관에서 14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에게 2주간 슈펙트를 투약해 치료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 등은 이미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인 약물에 대해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약물의 경우 안전성 면에서 신뢰할 수 있어 렘데시비르보다 더 낫다는 측면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만 20곳이 넘는다"면서 "아직 코로나 국면을 뒤집을 만한 치료제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국내 기업들의 임상을 응원하고,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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