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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보고있나" 닛산 몰아낸 반일물결…토요타·혼다도 고전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5.29 10:31 수정 2020.05.29 11:03

판매 반토막 나며 한국시장 유지 여력 사라져

토요타·혼다는 한일관계 호전 기다리며 '버티기'

알티마. ⓒ한국닛산 알티마. ⓒ한국닛산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엉뚱하게 한국에 화살을 돌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도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결국 일본 기업이었다.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에서 심각한 부진에 빠졌고, 결국 닛산-인피니티가 쫓겨나듯 한국을 떠나게 됐다.


한국닛산은 올해 12월 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이라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에서의 사업 부진이 원인이 됐다.


한국닛산은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닛산이 언급한 ‘대내외적인 사업환경 변화’는 바로 아베 정부의 한국향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다. 맥주 등 일부 소비재도 타격을 입었지만, 자동차는 사용 브랜드가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데다, 한 번 구매하면 장기간 사용하는 고가의 내구재인 만큼 타격이 더 컸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뤄지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닛산-인피니티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량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올해는 더 상황이 나빠졌다.


닛산의 올해 1~4월 국내 판매실적은 81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3%나 감소했다. 신형 알티마와 맥시마 등 볼륨 차급에서 신차를 잇달아 내놓은 지 1년도 안된 것 치고는 초라한 실적이다.


럭셔리·고성능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1~4월 판매가 159대에 그쳐 무려 79.1%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때 알티마를 앞세워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열풍’을 일으켰던 닛산과 Q50을 앞세워 고성능차 애호가들을 매료시켰던 인피니티가 아베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불황 속에서도 국내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효과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닛산-인피니티의 몰락은 오롯이 아베의 폭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등 유럽 브랜드들은 국산차들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코리아 캠리 하이브리드. ⓒ토요타코리아

닛산-인피니티의 철수로 다른 일본차 수입업체인 토요타코리아와 혼다코리아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들이 판매하는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도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토요타는 올해 1~4월 국내 시장에서 1654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54.9%의 감소를 보였다.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 역시 같은 기간 67.1% 감소한 185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한때 벤츠와 BMW를 제외하고 가장 잘 나가는 수입차 브랜드였던 토요타와 렉서스가 지금은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포드 등에 밀려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혼다 역시 1~4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8.6% 감소한 1154대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인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기세가 아베 리스크 한 방에 꺾였다.


다만 이들은 한국 시장 철수 상황까지 내몰리진 않았다. 두 회사 모두 “한국 시장 철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요타의 경우 렉서스 브랜드와 더하면 월 800대 내외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브랜드 파워와 제품 라인업이 탄탄한 만큼 한일 갈등 이슈가 잠잠해지면 다시 치고 올라갈 여력이 충분하다. 한때 렉서스가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향수도 남아있다.


토요타 본사 입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인 현대·기아차의 안방인 한국 시장 공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쪽 실적은 부진하지만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모터사이클 부문이 견조하게 버텨주고 있는 만큼 한국 시장을 유지할 여력이 충분하다.


혼다 모터사이클은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만큼 선호도가 높은데다, 대체재(代替財)도 마땅치 않고, 자동차에 비해 외부의 시선을 덜 의식하는 제품인 만큼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1년 가까이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닛산은 제품 라인업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결국 철수로 내몰린 상황”이라며 “토요타와 혼다는 상대적으로 제품 라인업이 좋고, 상황이 호전되면 반등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버틸 여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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