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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예능도 모바일 시대③] 유튜브도 결국 고래 싸움 되나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5.21 15:11 수정 2020.05.22 00:31

'모바일을 잡아라' 거대 자본 본격적인 공세

미디어에 존재하는 쏠림현상 재현될까 우려

유튜브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웹 예능을 제작해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기획사들의 유입이 최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웹 예능을 제작해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기획사들의 유입이 최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결국 유튜브 시장도 고래들의 전쟁터가 되는 걸까.


소질 있고 참신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해온 웹 예능프로그램 경쟁도 이제는 거대 자본을 앞세운 '고래 채널'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콘텐츠가 지상파와 다름없이 획일화되거나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MBC, KBS,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이고 FNC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까지 모바일 웹 시장에 발을 들이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여전히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거대 자본의 힘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네이버가 포털의 힘을 앞세워 온라인 쇼핑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CGV·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등장으로 1개의 스크린만 갖춘 영화관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같은 이치다.


유튜브 채널 또한 결국은 기업화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의 방송사처럼 PD나 작가,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기획사까지 붙는 기업 형태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점차 유튜브 채널들도 자본력과 기획력이 덧붙여진 형태로 변해갈 것"이라며 "씁쓸한 건 개인의 창작성을 두고 가용 가능한 공간에서 만드는 콘텐츠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유튜브 등 모바일 웹 프로그램도 획일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역동성을 재미를 잃게 된다면 시청자들도 흥미를 잃을 수 있다. 또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기 시작한다면 시청자들은 결국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여온 기존 유튜브 채널들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튜브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예계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또 다른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연예계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미디어에는 쏠림현상이 존재한다. 자동 알고리즘에 의해 숫자가 숫자를 낳는 형태다. 기본적으론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셀럽들의 등장은 유튜브 채널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주목받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이 불과 24시간 만에 70만 명을 넘은 것만 봐도 셀럽들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우려와 달리 일반인들과 거대 기획사의 채널이 공존하는 형태로 유지될 거란 전망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획일화될 가능성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바일 버전의 콘텐츠는 아이디어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중요하다"며 "조금씩 높은 퀄리티를 요구받겠지만 일반인 콘텐츠가 위축될 거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 FNC프로덕션 대표도 "일반인들도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콘텐츠가 재밌다면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고 대중들의 요구도 더 다양해질 게 분명하다. 서로 피해를 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유지될 거라 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 시장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함께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의외성을 동시에 지닌다. 늘 거대 자본을 앞세운 고래가 등장하고, 그에 대항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크리에이터가 등장해 주목받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웹 프로그램도 향후 몇 년간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튜브가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고래들의 세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유튜브를 통해 스타로 부상한 크리에이터들이 대형 고래로 성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느냐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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