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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예능도 모바일 시대①] 지상파 위협하는 유튜브 예능 채널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5.21 15:09
수정 2020.05.22 00:30

플랫폼 중심 TV에서 모바일로 이동

차별화된 콘텐츠 있다면 누구나 스타

유트브 채널 ‘웃소’ 캡처.

'웃소(Wootso)' 128만 명, '소프'(SOF)' 106만 명, '문명특급(MMTG)' 53만 명.


대중들에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돌 못지않은 거대 팬덤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이다. KBS News(80만 명), MBCNEWS(71만명) 등 지상파 뉴스 채널과 tvN(236만 명), Olive(41만 명) 예능 방송 채널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과거만 해도 사람들에게 가장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을 꼽으라면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등 지상파 프로그램을 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연예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유튜브 채널을 꼽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정 유튜브 채널에 대해 알지 못하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웃소'에 등장하는 혼밥 회식 장면을 따라 하거나, BJ보겸의 폭포수 같은 말투를 흉내 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얼마나 크게 달라졌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10~20대는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해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그만큼 직관적이고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다. 특정 채널의 충성 구독자인 이들은 모바일 알람을 통해 새 영상이 올라왔다는 알림을 접하고 곧바로 영상을 소비한다.


대도서관TV, 웃소 등 실제로 스타급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실시간 소통 방송을 켜면, 시청자는 순식간에 수천에서 수만 명까지 접속한다. 보통 방탄소년단과 같은 아이돌그룹의 공연장에 최대 5만 명이 모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파워가 아닐 수 없다.


대도서관TV 생방송 영상 캡처.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건 아니다. 탁월한 재능에다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사랑받는 유튜버가 될 수 있었다.


유튜브 방송을 전업으로 하는 '웃소' 멤버들은 모두 촬영, 기획, 편집에 능통하다. 프로젝트마다 주도하는 멤버가 있고 해당 멤버가 촬영, 기획, 편집까지 맡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일상생활 속 작은 생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웃소' 멤버들은 아이디어 회의 시간을 많이 갖는다. 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다듬는다. 시청자들의 요구를 발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이들의 강점이다. 엔딩을 장식하는 '웃소송'은 구독자가 선물한 것으로 구독자들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가는 든든한 동반자다.


'웃소'처럼 성공한 채널들은 기존 방송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강점이다. 요리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썩은 오리알처럼 TV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재료를 과감히 선보인다. 소재와 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괴물쥐 뉴트리아를 사냥해 가죽을 벗기고 요리하는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줘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콘텐츠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몇몇 혐오 콘텐츠를 제외하면, 올드미디어에서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매력이 유튜브 채널에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방송은 아무래도 획일화된 측면이 있다. 일방적으로 생산해서 강요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유튜브 채널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대중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영상을 올린다는 점도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구독자들이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건 결국 그들의 콘텐츠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타깃을 좁히고 세밀화해 구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혹은 성인 등 특정한 계층을 겨냥한 유튜브 채널일수록 충성 구독자가 많다. 대표적인 채널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헤이지니'로 구독자수가 무려 234만 명이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모여 매일 콘텐츠 기획과 영상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헤이지니'는 그 자체로 하나의 방송국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이제는 재능과 의지만 있다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사 못지않은 방송사가 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들이 곧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리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의 중심이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며 "주목받는 콘텐츠와 채널은 한정될 수밖에 없지만, 특색 있고 다양한 채널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고 섣불리 도전했다간 상처만 받고 떠날 수 있는 곳도 유튜브의 세계다. 보겸은 "이제 '유튜브나 할까'라는 쉽게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유튜버를 시작하면 돈을 많이 벌 거란 생각에 유튜브를 시작한다면, 내 주변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그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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