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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면세점 재고 판매 언제쯤? 명품 브랜드와 이견 '난항'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0.05.20 16:51 수정 2020.05.20 17:19

할인폭이 커도, 적어도 문제…적정 가격 산정이 가장 큰 걸림돌

판매 가능 시기 예측 어려워, 판매 가능 품목도 제한될 듯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재고 면세품의 시중 판매를 놓고 면세점과 명품 브랜드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면세품의 시중 판매가 처음이다 보니 가격 산정부터 판매 채널 확보 그리고 기존 판매 업체와의 이견 조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관세청은 한시적으로 재고 면세품을 시중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동안 재고 면세품은 폐기하거나 반품만 허용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업계가 위기에 처하면서 한시적으로 시중 유통을 허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에 반입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난 재고 면세품은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도 실제 진행속도는 지지부진 하다.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3조원 가까운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면세업계는 속이 타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재고 면세품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면세품의 시중 판매가 처음이다 보니 면세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통관 절차에 따라 품목마다 매겨지는 세율은 정해져 있지만 기존 판매업체의 반발을 고려해 재고 면세품의 가격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면세업체 관계자는 “정부 허가는 떨어졌지만 어떤 상품을 얼마나 할인해 판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이라며 “명품 브랜드의 경우 할인 정책에 민감하다 보니 면세점과 유통업체 모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명품의 브랜드의 경우 매장 유치가 면세점 매출로 직결되다 보니 브랜드와 협의 없이 가격을 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실상 반품 요청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올 1분기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면세점들은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급감한 반면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 나가다보니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금을 주고 잔뜩 면세물품을 사놓은 면세업체들은 재고 문제와 함께 자금 회전 압박도 동시에 받고 있다.


유통업계도 난감한 분위기다. 롯데, 신세계의 경우 면세점과 백화점, 아울렛 등 유통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브랜드가 겹치다 보니 양쪽의 사정을 모두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할인 정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할인폭을 크게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할인폭을 늘리면 기존 매장의 반발이 커지고, 줄이면 재고 면세품의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은 최소 6개월이 지난 상품이다 보니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잡화 등 상품은 할인폭을 키워야 소비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시중에서 같은 브랜드를 판매하는 매장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난다고 가격을 정해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장품이나 식품류의 경우 유통기한 때문에 어렵고, 고가 명품 브랜드는 가격 산정이 어려워 제외될 것이란 설명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것저것 제외하고 나면 중저가 선글라스나 핸드백 등 패션잡화 일부 정도만 판매가 가능할 것 같다”며 “재고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언제부터 판매할 수 있을지 시기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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