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갤노트9’, 79만원에 재출시된 이유는?
입력 2020.05.20 13:43
수정 2020.05.20 15:06
출고가 30만원 인하…성능은 최신 모델 압도
가격 부담 수요 잡고 LG 벨벳 견제 ‘일석이조’
1Q 가입자 순감한 SKT와도 이해관계 부합
삼성전자가 2년 전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이 SK텔레콤에서 재출시됐다. 당초 출고가보다 30만원가량 인하된 79만9700원에 제품이 출시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최신 프리미엄폰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저가폰과 비교해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타깃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최근 LG전자에서 최근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LG 벨벳’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출시 타이밍이…삼성, ‘LG 벨벳’ 견제?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19일 갤럭시노트9 128기가바이트(GB) 모델을 재출시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출시된 물량은 1만대 이하인 수천대 수준으로, SK텔레콤의 기존 보유 재고가 아닌 삼성전자에서 공급한 추가 물량이다.
일단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LG 벨벳을 견제하기 위해 SK텔레콤에 추가 물량을 공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제품은 지난 2018년 8월 첫 출시 당시 128기가바이트(GB) 모델 출고가가 109만4500원이었지만, 지난해 7월 99만5500원으로 한 차례 인하된 데 이어 최근 70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LG 벨벳 출고가가 89만98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재출시된 갤럭시노트9 가격이 이보다 10만100원 더 저렴하다.
하지만 성능은 오히려 LG 벨벳보다 앞서 있다. 갤럭시노트9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엑시노스 9810’으로 퀄컴 ‘스냅드래곤 845’ 성능에 준한다. LG 벨벳은 이보다 낮은 성능의 퀄컴 스냅드래곤 765를 탑재했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를 공략하면서도 LG 벨벳 출시를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신규 단말인 갤럭시S20도 잘 안 팔리는 상황에서 2년 전 모델인 갤럭시노트9 물량을 이 시점에 시장에 풀어놓을 다른 이유가 있겠느냐”며 “단순 재고떨이 목적 보다는 LG 벨벳이 출시된 시기에 소비자 시선을 분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1분기 가입자 순감’ SKT, LTE폰이라도 팔아야
이번 재출시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이 2년 전 제품 재고를 받아들일 이유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번 재출시는 이통 3사 중 SK텔레콤에서만 진행됐다. KT와 LG유플러스도 지난 15일 갤럭시노트9 출고가를 79만9700원으로 인하했지만, 삼성으로부터 추가 물량을 공급받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이통사 입장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도 아닌 롱텀에볼루션(LTE) 단말을 재고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추가로 들여올 필요성이 낮다. LTE 가입자 증가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상승 등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모바일 가입자 수가 순감한 SK텔레콤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만1000명, 26만3000명 모바일 가입자가 순증한 반면, SK텔레콤은 5만8000명 순감했다.
이는 모바일 시장 1위인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뼈아픈 성적표다. 5G 가입자 확보도 중요하지만 당장 모바일 가입자 만회가 시급한 상황으로 LTE 가입자라도 늘려야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최신 5G 단말도 떠안은 재고가 많은데 SK텔레콤이 구형 플래그십 단말을 추가로 들여온 것은 이례적”이라며 “LTE 가입자라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SK텔레콤만 삼성 측이 제시한 물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플래그십급 스마트폰 모델 중 재출시된 것은 갤럭시노트9이 처음”이라며 “재고를 처리하거나 고객 선택권을 넓히는 차원에서 단말 가격을 낮춰 재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