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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영화계 끝없는 불황, 하반기도 '울상'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5.17 06:01 수정 2020.05.17 06:18

이태원발 코로나19로 주요 작품 연기

개봉 밀리면서 라인업도 불투명

텅 빈 영화관.ⓒ뉴시스 텅 빈 영화관.ⓒ뉴시스

"올해 영화 산업 매출은 최대 70% 급감하고, 2만명 이상이 고용 불안을 겪을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충격: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진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영화제작 현장 피해 규모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한 82개 작품의 실제 피해 총액(1∼4월 기준)은 213억 8993만원으로 나타났다. 82편 가운데 42편(51.3%)은 제작단계에서 연기, 중단 혹은 취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제작 현장에서는 총 413명의 고용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227명은 고용이 연기됐고, 186명은 고용이 아예 취소됐다.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극장 매출이 전체 영화 산업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제작, 수입, 배급, 마케팅, 홍보 등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 난국이다. 5월 황금연휴에 극장 관객 10만명대로 돌아선 극장 관객은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2만명대로 추락했다. 4월 극장 관객수는 2004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인 97만명을 기록했다. 15일 오전 기준으로 한 5월 관객수는 73만명이다. 최근 관객수가 또 줄어들면서 5월 관객수도 100만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상반기 주요 작품으로 꼽혔던 '침입자'와 '결백'은 두 차례나 개봉을 연기했고, '콜'의 개봉일은 미정이다. 개봉을 연기하는 작품들이 많을수록 6월 이후엔 개봉 일정이 충돌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한 해 라인업 자체가 어그러진다.


올 초 주요 배급사가 공개한 올해 라인업에 따르면 CJ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영웅'·'서복'·'도굴'을, 쇼박스는 '비상선언'·'싱크홀'·'야차', '패키지'·'이상한 나라의 수학자'·'휴가' 등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뉴는 '낙원의 밤', '반도', '인질'·'입술은 안돼요'·'콜'·'특송'을, 롯데컬처웍스는 '1947, 보스톤'·'삼진그룹 영어토익반'·'얼론'·'정상회담'·'차인표', '모가디슈'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메가박스플러스엠에선 '보고타'와 '교섭'이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개봉을 추진 중인 작품은 '영웅', '반도', '얼론', '모가디슈', '승리호' 뿐이다. 나머지 작품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개봉 일정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정 자체를 잡기 힘들다.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이태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힘이 빠진다. 사태가 잠잠해진다하더라도 극장이 예전처럼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진위는 관객 수가 작년의 50% 정도에 그친다면 올해 극장 매출은 작년보다 1조 3972억원(73%) 급감한 5167억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했다. 극장 매출 감소는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극장 매출 감소액에 한국은행의 영화산업 취업유발계수를 적용한 결과, 전체 영화산업종사자 약 3만 878명 가운데 2만명 이상이 고용불안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진위는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영화산업은 제작과 배급, 상영 각 부문에서 상당기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영화계는 코로나19로 100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고, 긴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닥쳤다. 힘든 상황 속에서 영화인들은 각자의 일터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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