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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로만 ‘의료진 덕분에’… 처우 개선부터 제대로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입력 2020.05.15 07:00 수정 2020.05.22 13:15

전담병원 의료진 임금체불 사례도 잇따라

안전한 환경과 보상 없이 희생 강요해선 안 돼

수준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춘 의료진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 없이는 올 겨울 다가올지도 모르는 재유행에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자료사진) ⓒ서울성모병원 수준 높은 의료 수준을 갖춘 의료진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 없이는 올 겨울 다가올지도 모르는 재유행에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자료사진) ⓒ서울성모병원

'내가 어떤 집을 방문하든지 오로지 환자를 돕는 일에만 힘쓸 따름이고, 고의로 어떤 형태의 비행을 일삼거나 피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로 저지르지 않겠으며, 특히 노예든 자유민이든 신분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자이든 여자이든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환자의 신체를 능욕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나이팅게일 선서에는 환자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환자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이런 헌신도 최소한의 처우를 보장받아 가며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최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헌신한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은 월급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허무함이 느껴진다.


특히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 현장에 뛰어든 간호사들이 밤낮 없이 근무했지만,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방호복이 부족해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붙이고 일하거나 환자의 비말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악조건에도 병동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간호사는 10여명에 달한다.


대구·경북지역 파견 의료진에 대한 위험 수당은 지난달 한 차례 산통을 겪은 끝에 어느 정도 지급이 되고 있지만, 일부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진에 대한 임금이 체불되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는 의료진에 힘을 실어준다며 '덕분에' 챌린지를 앞장서 알리고 있지만, 그 전에 의료진 처우 개선이나 임금 지급에 조금이라도 누수가 없는지 살펴야 하는게 먼저 아닐까.


세계 여러 국가들이 우리의 방역 체계와 대응을 높이 평가했고, 정부는 이 모든 영광이 'K방역 덕분에'라며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아도취에 취해 있을 때 의료진들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 지고 있었다.


정부 대응과 방역이 적절히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진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급증하는 해외 국가들로부터 한국 의료진에 대한 긴급 지원 요청과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 총리 근접자문을 맡기도 했다. 최 교수가 머물던 한 달 동안 현지 1일 확진자 수는 170명에서 50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에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의료 수준에 강한 직업윤리까지 갖춘 우리 의료진에 대한 제대로 된 처우 없이는 영광은 퇴색될 뿐이다. 올 겨울 다가올지 모르는 재유행에 대비해 '의료진 덕분에' 라는 말 보다 행동을 보여줄 때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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