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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석천이 입장을 표명해야 하나

  • [데일리안] 입력 2020.05.14 08:20
  • 수정 2020.05.14 07:13
  • 데스크 (desk@dailian.co.kr)

2019년 1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라이프타임 채널 2019년 1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라이프타임 채널 '밝히는 연애코치' 제작발표회에 홍석천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홍석천에게 입장을 표명하라는 압박이 인터넷에서 나타났고 결국 홍석천이 입장을 냈다. 압박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나 일부 교회의 예배 강행에 홍석천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으니 이번에도 입장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형평성을 내세운 합리적인 요구 같지만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지난 이슈에 입장을 냈다고 해서 이번 이슈에도 입장을 내란 법은 없다. 어떤 말을 하든 자기 자유일 뿐이다. 신천지 감염 사태나 일부 교회의 예배 강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낸 사람은 홍석천 말고도 많다. 누리꾼들이 그들에게 다 이태원 클럽 사태에도 입장 낼 것을 요구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오직 홍석천에게만 그 같은 요구를 했다.


홍석천이 성소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리꾼들이 이태원 클럽에서 출발한 최근 감염사태를 성소수자 문제로 단정했기 때문에 유명한 성소수자인 홍석천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문제다. 이성애자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감염이 초래된 일이 많았다. 그때 무책임한 행동을 한 사람을 비판했지 아무도 이성애자들을 비난하지 않았었다. 논평하는 사람들을 찾아 이성애자들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당신이 이성애자로서 한 마디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태원 클럽을 무책임하게 방문한 사람들의 사건에선,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 성적 지향성이 문제가 된단 말인가? 게다가 합리적이지도 않다. 성소수자가 많이 가는 클럽이라고 성소수자만 가는 게 아니다. 카라의 박규리도 문제의 클럽에 갔었다. 그럴 정도로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인데, 거기에 간 사람들을 성소수자로 단정 짓고 그러니 성적 지향성이 같아 보이는 홍석천이 한 마디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이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건 지금처럼 사람들이 이번 감염사태를 성소수자 이슈로 단정 짓고, 관련자들을 성소수자로 몰아갈수록 접촉자들이 더 숨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홍석천으로 하여금 접촉자들이 빨리 자진 신고하도록 메시지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사람들의 그런 행동이 더 성소수자들을 자극해 자진 신고를 꺼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일반인 접촉자도 이 사건이 성소수자 사건으로 규정되는 것을 보며,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낙인 찍힐까봐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도 성소수자 사건으로 볼 수만은 없었지만 감염사태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확실히 그 범위를 벗어났다. 확진자가 다녀간 최초 업소가 있던 지역이 아닌 이태원의 다른 지역 클럽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이태원 확진자와 동선이 전혀 겹치지 않은 타 지역 확진자들도 나왔다. 클럽이 아닌 일반 주점 확진자도 나왔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은 클럽 다니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차원을 넘어서서 지역사회 전파가 조용히 이뤄지다가 연휴 때 사람들이 유흥가에 밀집한 것을 계기로 터져나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일부 누리꾼들은 여전히 이 사건을 성소수자 사건으로 규정하고 관련 기사에 혐오 댓글을 달고 있다. 일부 매체들도 지속적으로 성소수자 관련 프레임의 기사를 내보낸다. 확진자가 나온 이태원 업소를 확인 없이 무조건 클럽이라고 보도하는 경향도 여전하다. 이미 감염이 나타난 이태원 클럽이 성소수자 클럽이라고 낙인찍힌 상황이기 때문에 또다른 클럽 감염자도 무조건 성소수자 클럽 방문자로 비난 받게 된다.


이렇게 몰아가면 사태를 객관적으로 논의하기가 힘들어지고 접촉자들의 두려움은 커져간다. 그들이 하루이틀 신고를 주저할 때마다 우리 공동체의 위험도 커져간다. 그런 의미에서, 묻지마 성소수자 프레임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무책임한 클럽 방문자들만큼이나 자기 자신도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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