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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귀한 땅'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에 대한 노파심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05.14 07:00 수정 2020.05.14 05:29

벌써부터 로또 아파트 청약에만 관심 쏠려

전세계 사람들이 머무는 국제적 장소로 개발 돼야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 ⓒ데일리안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모습. ⓒ데일리안

용산은 매력적인 땅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치의 척도가 되는 ‘한강’을 품었고, 광화문과 강남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했으며, 정치·금융권 중심인 여의도와 인접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핵심지역으로 강남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신흥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봐도 탐나는 용산에는 어떤 프로젝트도 성공 가능한 51만m²의 거대한 나대지가 있다. 이 곳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소유한 용산역 정비창 터다. 지난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31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이곳에 초고층 빌딩을 짓고,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이내 좌초되고 만다.


오 전 시장 뿐 아니라 MB가 서울시장을 지낸 시절부터 박원순 현 시장에 이르기까지 ‘용산 개발론’은 세월이 지나 잊기도 전에 화두에 오르곤 했다. 그럴때 마다 계획은 늘 여러 가지 이유로 백지화됐다. 그러다 지난주 정부가 이곳에 8000가구를 공급하는 ‘미니 신도시’급 개발 계획을 발표하자, 용산이 또 다시 부동산 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대감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이유가 뭘까.


정부가 모처럼 내놓은, 그것도 서울시내, 그것도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에서 벌어질 주택 공급정책이지만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 이라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무주택 청약 고가점자들이 지금 서울로 이사해 2년 이상 거주하면 2023년 분양 시점에는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이게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말 그대로 '로또'가 따로 없는 기회가 생기다 보니, 서울 거주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청약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기대감에 더해 벌써부터 시장이 과열 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에 앞서 먼저 툭 하고 던졌지만 시장에는 이 같은 기대감 외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 중에는 주거 중심 사업으로 진행 되면서 상대적으로 업무·상업시설의 기능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존 신도시와 다름 없이 단순히 오피스·쇼핑몰·호텔·마이스(MICE)를 조성 하겠다는 계획은 심심하다는 이야기다.


도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용산만의 특화 시설과 용산만의 주거 문화가 적절히 어울어져야 진정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성냥갑 아파트 단지와 기타 들러리 시설이 들어서는 천편일률 개발은 안된다.


정부가 서울에 아파트를 공급 하겠다는 계획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허나 용산은 주거도 주거지만 경제·문화·여가·관광·업무가 어우러져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고 일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져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복합개발지역의 대명사 일본 롯폰기힐스에 용산을 빗대, 그 곳 못지 않은 잠재적 가치가 있는 땅이라고 평가한다.


모든 땅에는 적재적소의 쓰임이 있다. 훌륭한 활용도를 지닌 귀한 땅은 그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 탄생돼야 한다. 용산은 앞서 국제업무지구 청사진이 그려지면서 사업성도 인정받았다. 여러 장점을 모아 제대로 조형하는 일만 남았다. 벌써부터 아파트 경쟁으로만 이슈가 쏠리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물론 정부의 고민도 클 것이고, 아직 발표하지 않은 구체적 계획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 만으로는 노파심이 영 해소 되지 않아 참견 한 번 해 본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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