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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코로나 여파 우려 속 충당금 '나홀로 축소' 왜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5.13 05:00 수정 2020.05.12 22:22

올해 들어 충당금 38% 급감…4대 금융그룹 중 감소 유일

부실채권 다소 적지만…경제 타격 본격화에 리스크 우려

국내 4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올해 들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을 1년 전보다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여신 건전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부지런히 충당금을 쌓는 경쟁사들과 대비되는 흐름으로, 국내 4대 금융그룹들 중 유일한 감소 사례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다소 적은 편이긴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본격적인 경제적 타격을 앞두고 위기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6617억원) 대비 11.4%(4426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금융그룹들이 이렇게 신용손실충당금을 더 쌓고 있는 것은 그 만큼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빚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다. 특히 지난 3월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실 대비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그룹들 대부분이 충당금 확충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우선 신한금융은 가장 많은 2828억원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적립했다. 같은 기간(2508억원) 대비 12.8%(32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KB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도 1817억원에서 2437억원으로 27.1%(520억원)나 늘었다. 우리금융 역시 600억원에서 1111억원으로 신용손실충당금을 대폭(85.2%·511억원) 늘렸다.


반면 하나금융은 홀로 충당금을 3분의 1 이상 줄이며 대조를 이뤘다. 하나금융의 신용손실충당금은 1592억원에서 993억원으로 37.6%(599억원) 급감했다. 4대 금융그룹들 중 지난 1분기 신용손실충당금이 1000억원을 밑도는 곳은 하나금융 뿐이었다.


이처럼 하나금융이 비교적 자신감을 갖고 충당금을 운영하는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부실채권 규모가 꼽힌다. 대출의 질이 경쟁사들보다 나은 편에 속하는 만큼, 충당금을 덜 쌓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란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조3994억원으로 KB금융(1조7580억원)과 신한금융(1조7506억원)보다는 3000억원 가량 적었지만, 우리금융(1조2396억원)에 비해서는 1000억원 이상 많은 수준이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부분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금융권에서 통상 부실채권 수준을 가늠하는데 활용된다.


이 같은 부실채권이 예전보다 상당 폭 줄어든 점도 하나금융이 충당금을 유연하게 잡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의 고정이하여신은 1년 전보다 15.0%(2470억원) 감소한 액수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같은 기간 각각 7.9%(1518억원)와 6.4%(842억원)씩 고정이하여신이 줄긴 했지만 그 폭은 한 자릿수 대에 그쳤다.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오히려 9.3%(1495억원) 늘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하나금융의 부실채권이 마음을 놓아도 될 정도로 유달리 적은 편도 아니란 점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기의 타격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시점에서 충당금을 줄였다는 점은 염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아울러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의 부실대출 위험은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은행 대출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는 현실은 이런 리스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4대 시중은행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 규모는 올해 1분기에만 25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단숨에 2조7000억원을 넘어선 실정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금액은 총 2조7471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5011억원)보다 9.8%(246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심화가 어느 정도일지 아직 가늠이 어렵지만, 차주들의 여신 상환 여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경제 위기 수준의 불확실성 확대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인 만큼, 금융사들로서는 평상시보다 훨씬 강력한 리스크 대응 및 관리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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