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사태로 불거진 방통위 '중재' 실효성 논란…“있으나 마나”
입력 2020.05.08 05:00
수정 2020.05.07 21:39
넷플릭스, 방통위 재정中 소송 강행...규제기관 무시한 처사 지적
방통위 “소송과 중재는 별개의 개념...강제성 없어 효력 담보 곤란"
업계 "법정 다툼 확대 우려...방통위 중재 실효성 담보 방안 필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망 이용료 분쟁과 관련, 넷플릭스가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절차를 밟던 중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는 재정과 소송이 별개의 개념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재정 절차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방통위의 재정을 중단하고 SK브로드밴드와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으로 직행했다. 이에 망 이용료 갈등과 관련해 재정을 진행 중이던 방통위도 넷플릭스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절차를 중단하게 된 상황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1월SK브로드밴드로부터 넷플릭스와의 망이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받고 5개월 동안 양측 의견을 수렴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분석했다. 방통위는 최종적으로 중재안을 마련해 이달 중순 열리는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지난달 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자 중재 절차를 중단해야 했다. 중재안보다 우선하는 법원 판결로 공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 5항에 따르면 방통위 재정절차 진행 중 한쪽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 재정절차가 중단된다.
업계에서는 재정과정이 넷플릭스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자 이를 건너뛰고 소송으로 직행했다고 보고 있다. 소송에선 민법과 상법, 법조문을 중심으로 판단을 받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방통위의 재정 과정은 소송 전 관계자 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 만 그칠 뿐 그 자체에 강제성은 전무하다. 특히 재정을 위해 마련된 가이드라인도 법률상 효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정이 소송 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절차는 맞지만 별개의 과정으로 봐야 된다는 설명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재정절차는 소송 전 계약자들 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으로 보면 된다”며 “재정을 무시하고 소송을 진행 했다기보다는 별도의 개념으로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자에게 과징금 등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 위해선 계약이 공정거래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야 된다”며 “이는 재정과는 무관한 부분”이라고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정부 중재를 건너뛰어 법적 소송 카드를 꺼낸 것은 국내 규제기관까지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재정안이 불리하게 나올 경우 이후 소송에서도 불리할수 있는 만큼 재정안 자체를 막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며 "차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방통위 중재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제도 보완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만한 분쟁 해결을 위해서라도 방통위의 권한을 강화해야 된다고 말한다. 특히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 소송으로 넘어가더라도 재정 과정에서 나온 의견이 법원의 판단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설명이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면적으로 조정이나 재정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만 부분적으로는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망 문제와 관련해서는 방통위가 직권으로 조사하고 제재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문제가 포함된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된다”며 “그래야만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재정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 법원의 판단에 반영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