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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핫펠트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자유로움 보여주고 싶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5.03 00:03
  • 수정 2020.05.03 00:03
  •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뷔 13년 만 첫 번째 정규앨범 ‘1719’ 23일 발매

한정판 스토리북 ‘1719: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 출간

ⓒ아메바컬쳐ⓒ아메바컬쳐

누구에게나 아픈 시절은 있다. 애써 잊은 척 살아가는 것만이 방법인 것처럼 가슴 한 구석에 견고한 자물쇠를 걸어 잠그기도 한다. 가수 핫펠트(HA:TFELT·예은)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가정사부터 개인의 열애사까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따금씩 들려오던 소식은 핫펠트에겐 혼란과 아픔, 그 자체였다. 하지만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겨 있던 시간들을 대중과 나누는 방법을 택했다.


핫펠트는 지난 23일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1719’에 ‘잠겨 있던 시간들에 대하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지독하고 어둡던 날들을 잠겨 있던 시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해질녘인 17시(오후 5시)부터 19시(오후 7시)를 의미하기도 하고, 권태롭고 불안한 17~19살의 사춘기의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는 총14곡이 실렸는데, 함께 발매한 1719권의 한정판 스토리북이 음반의 내용을 보충한다. 직접 쓴 음반 작업 노트는 물론, 가사에 담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다. ‘잠겨 있던 시간’ 속의 감정을 적어서인지 전체적으로 글은 어둡고 불안함이 스며있다. 이번 앨범을 위해 각색을 거쳤지만, 불안정한 시기 그의 일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의 첫머리에 핫펠트는 ‘3년 동안의 일들을 음악과 글로 풀어낸 묶음집입니다. 무거운 얘기는 부담스러운 분들, 우울한 얘기는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다시 책을 덮으셔도 좋습니다’라고 경고(?) 성격의 문구를 적기도 했다.


“(작업을 하다 보니) 어두운 곡들이 많이 나왔어요. 곡으로만 전달이 됐을 때 와 닿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스토리북을 함께 내게 됐죠. 발매를 위해 글을 쓴 것도 있지만, 1년 정도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그 과정 속에서 제가 털어놓았던 이야기들이 감겨 있어요. 당시 상담사 선생님이 ‘글을 써보면 어떨까’라고 추천을 한 거죠. 치료 차원에서 쓰던 글이지만 대중이 함께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아메바컬쳐ⓒ아메바컬쳐

페이지를 넘기기로 결정했다면, 비로소 핫펠트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힘든 이야기들을 꺼내놓았지만 그렇다고 ‘치유’라는 말을 쓰진 않는다. 여전히 지난 3년은 핫펠트에겐 사라지지 않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 그 감정을 잠시 넣어두었다가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초연해졌다고 표현한다.


“글을 쓰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어요. 사실 제 감정이 정리가 잘 안 됐었는데 글을 써내려가면서 조금씩 정리가 된 느낌이용. 거듭 글을 고쳐나가면서 당시의 감정들에 초연해지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엉켜있던 감정이 조금은 풀어지고 정리가 되어서 자리를 찾은 느낌이랄까요. 꺼내보고 싶을 때 꺼낼 수 있도록 서랍 안에 잘 넣어두었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서랍을 열면 다시 감정을 마주하겠죠”


원더걸스 때의 밝은 모습과 지금의 핫펠트의 모습에서 괴리를 느끼는 팬들도 있다. 핫펠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감으로써 대중의 대중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앨범의 더블타이틀곡 중 한 곡인 ‘새틀라이트’(Satellite)에서는 그런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틀라이트’는 영화 ‘그래비티’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영화 속의 장면에서 자신과 흡사한 감정들을 찾아냈다.


“‘그래비티’는 제 인생 영화에요. 주인공이 사람들 속에 있는 게 싫어서 우주로 떠나게 되고, 조난 사고를 당하잖아요. 원래는 혼자 있는 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적막 속에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런 이야기가 제가 겪고 있는 과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안에서 외로움도 많이 느꼈고, 희망을 포기했다가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시간들을 가사에 많이 녹여냈어요”


핫펠트는 ‘새틀라이트’ 외에도 또 다른 타이틀곡 ‘스위트 센세이션’(Sweet Sensation) 등 자전적인 이야기들로 이번 앨범을 가득 채웠다. “마음 속 타이틀곡은 4곡”이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곡에 진심을 담아 작업했다. 먼 길을 걸어온 만큼, 마음 속 깊이 숨겨 두었던 스스로의 이야기들을 털어놓고자 시간을 썼다.


ⓒ아메바컬쳐ⓒ아메바컬쳐

앨범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곡이 가진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실제 자신의 삶을 작품에 얼마만큼 녹여내는 데에 있었다. ‘1719’라는 룸넘버가 적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핫펠트의 공간들이 펼쳐진다. 내면의 방을 표현하는가 하면 실제 자신이 거주 중인 집, 커피나 칵테일을 즐기던 카페 등이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된다.


“2017년부터 정규를 준비하다가 여러 가지 감정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결국 3년이라는 시간이 모여서 하나의 앨범이 된 거죠. 제 이야기를 풀어낸 만큼, 제 실제 삶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13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앨범 작업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적이 없었어요. 혼자서 내는 첫 정규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을 제 손으로 하고 싶었어요. 이 앨범을 끝낼 수 있을까 생각을 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시도라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결과물이 나오니까 뿌듯하고 후련하네요”


어떻게 보면 핫펠트라는 한 사람, 개인의 이야기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픔을 공유함으로써 위로를 건네는 독특한 매력을 갖는다.


“다양한 삶의 감정들을 부담 없이 느껴주셨으면 해요. 사실 제가 특별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저만 슬프고 안타까운 건 아니잖아요. 그 종류가 다를 뿐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감정을 보여드린 것처럼 제 노래와 책을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고요. 분명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정제되고 다듬어진 감정 보다는 자유로운 날것의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추상적일 수 있지만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유로운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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