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통과시킨 민주당의 고민
입력 2020.05.01 06:30
수정 2020.05.01 06:07
기재부 반대기류 속 개운치 않은 뒷맛
추가 추경안 편성 과정서 진통 가능성
복지확대 요구로 이어질 경우 재정부담
'재난대책' 강조하며 '자발적 기부' 독려
여야가 지난달 30일 오전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급준비에 만전을 기하라”며 조속한 집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추경안 증액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이견이 노출되는 등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앞으로 진행될 3~4차 추경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마지막까지 전국민 지급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재부는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코로나 국면에서 아직 소비여력이 있는 상위 30%에게 지급하기 보다 최대한 재정여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코로나 전부터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각종 복지정책으로 지출전망 보다 예산이 크게 증가한 터였다.
전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 부총리는 ‘재난지원금을 또다시 지급해야 될 상황이 온다면 그 때도 전국민에게 지급할 것이냐’는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다른 의견을 낼 것 같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홍 부총리를 질책하는 모습이 나왔다. 기동민 의원은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총리와 여당이 합의한 사항에 기재부가 다른 의견을 낸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지극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앞으로 이어질 추경안을 놓고 여당과 기재위의 대치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은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으로서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안겨주게 된다”며 “복지 포퓰리즘이 일단 시작되면 멈출 수도 없고 정치인들에 의해 강도는 더욱 세어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득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했던 원안은 선거를 거치며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바 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 혹은 기본소득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기가 아니라는 뉘앙스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내수진작 보다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는 야권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김 의원의 지적대로 여론의 요구가 커질 경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외면하기 쉽지 않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이 ‘복지대책’이 아닌 ‘재난대책’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복지논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일부의원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기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기부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재정 부담이 작지 않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재난지원금은 신청하지 않을 경우 자발적으로 국가에 기부한 것으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