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상 높인 진단키트,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려면
입력 2020.04.29 05:00
수정 2020.04.29 04:52
이달 20일까지 수출금액만 1억3195만달러… '훨훨' 나는 키트
코로나 이후 준비하려면 정부 마중물 역할해야
한국산 진단키트가 전 세계로 팔려나가면서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산 진단키트 수출액은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1억3195만달러(약 16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20일까지 집계된 725만달러보다 18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K진단키트'가 수출 효자상품이 된 것은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 덕분이다.
당국이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발생 일주일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 유전자 등을 제시했고, 지난 2월 코젠바이오텍을 시작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같은 달 식약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씨젠은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AI) 시약개발시스템을 토대로 보다 빠른 진단키트를 내놨다.
식약처에 따르면 수출용 허가를 받은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5개사 5개 제품을 포함해 총 53개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는 가운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미국은 지난 달부터 한국산 진단기기와 마스크, 호흡기 등 품목에 대해 긴급 수입허가를 내줬다. 이에 따라 국내 진단기업들은 미국 중앙정부보다 먼저 기관, 주정부 등과 계약을 맺고 수출을 개시했다.
최근에는 미국에 단순 공급하는 것을 넘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오상헬스케어,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가 FDA로부터 분자진단 방식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솔젠트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비축전략물자 조달업체로 등재돼 현지에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 진단기업 올해 실적 '잭팟' 터뜨릴듯
미국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도 한국산 진단키트 수출이 활발하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달 18일 식약처 수출허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주 물량이 누적 1000만개를 넘어섰다. 미국, 브라질, 러시아, 이탈리아, 루마니아, 모로코, 쿠웨이트, 아르헨티나 등 총 30여개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분자진단키트와 항체진단키트를 모두 보유한 피씨엘은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총 395억원에 달하는 진단키트 수출 계약 34건을 체결했다. 지난해 매출액(3581만원)의 110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외로의 수출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으로 떨어지며 국내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일부 국가는 아직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어 진단키트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28일 기준 미국 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1만7782명 증가한 100만494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5만6527명으로, 전 세계 사망자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유럽 국가들 중에선 이탈리아 19만9414명, 프랑스 16만5842명, 독일 15만8213명, 영국 15만7149명 순으로 누적 확진자가 많다.
업계에서는 K진단키트가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산 진단키트 기업들이 급성장했지만, 체계적인 연구개발과 우수 인재 양성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과 정책적 배려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출 문의가 잇따르면서 부족한 인원을 대규모 충원하는 등 관련 업계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선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