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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끝나자마자 또…민주당 대표공약, 불과 열흘만에 무산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4.26 12:00
수정 2020.04.26 14:10

2030 AG 충청권 유치, 유치의향서조차 못 냈다

민주당 공약이었는데 총선 치른지 열흘만 무산

2030 부산엑스포 밀어주느라 무산?…민심 흉흉

"임기 시작조차 전에 유치 무산 어처구니 없어"

4·15 총선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오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식선거운동기간 중 충북 청주 복대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총선이 끝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이 총선 전에 있었던 성추행 사실을 실토하며 전격 사퇴한 가운데, 충청권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기간 공약으로 내걸었던 2030 아시안게임 유치가 선거를 치른지 불과 열흘만에 유치의향서를 내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무산돼 민심에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총선 정책공약집에서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던 2030년 하계 아시안게임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공동 유치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유치의향서를 내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OCA는 지난 1월 대한체육회에 4월 22일까지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충청권 4개 시·도는 총선 전인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유치 신청을 했다. 그러나 문체부가 총선이 끝난 뒤 유치신청서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제출시한인 22일까지 OCA에 유치의향서를 낼 수 없게 돼, 유치 시도는 경쟁조차 돌입하지 못한 채 자동 무산됐다.


충청권은 지금까지 전국 권역 중 유일하게 국제 체육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서울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인천·경기는 2014년 아시안게임, 부산·울산·경남은 2002년 아시안게임, 대구·경북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광주·전남북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강원·제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는데 유독 충청권만 '무대접'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4·15 총선을 앞두고 펴낸 정책공약집 '더 나은 미래'에 담긴 충청권 공동 공약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개최'. 충청북도 편의 첫머리에 담긴 대표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정책공약집 '더 나은 미래' 스캔

민주당은 이번 4·15 총선 정책공약집 '더 나은 미래' 296p 충청북도 편에서 '2030년 아시안게임을 충청권이 공동 개최해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공약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아시안게임 유치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청주흥덕 선거공보물에서 '도종환을 더 크게 쓰라'며, 대표 공약으로 아시안게임 유치를 통한 복합실내체육관 건립과 충청권 광역교통망 구축을 내세웠다.


하지만 총선이 치러진지 열흘만에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는 불발됐다. 국회의원의 새 임기가 시작되기조차 전에 대표 공약이 무산된 것은 책임론 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 무산 사태는 현 정권이 근거지로 여기는 지역이자 2022년 대선의 핵심 쟁점 지역으로 꼽히는 부산을 신경쓰느라 유치가 불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충청권 지역 민심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부산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와 같은 해인 2030년에 엑스포를 유치하기로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이는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론이 났다. 같은 해에 한 나라가 아시안게임과 엑스포를 동시에 유치하기는 어려운만큼, 집권 세력이 부산 엑스포에 동력을 몰아주기 위해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의향서 승인을 하지 않아 유치 시도를 무산시킨 게 아니냐는 설이 나온다.


이번 4·15 총선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오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선 공보물에 담은 공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도종환을 더 크게 쓰라'는 제목 아래 공약으로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 관련 내용들이 담겨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선 공보물 스캔

전원 민주당 소속인 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양승조 충남도지사·이시종 충북도지사조차 이 사안이 '충청홀대론'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유치 무산 이후 공동 발표한 '충청인께 드리는 말씀' 담화문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를 유치하고자 했던 충청인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꺾였고,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체육 인프라를 확충하고자 했던 충청인의 희망도 날아가버렸다"며 "우리 충청인은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실패가 충청인에 대한 무관심과 배려 부족 때문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개탄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오른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지역 언론에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의향서는 제출하지 못했다"면서도 "대형 국제경기 유치 계획을 접지 않고 새로운 방안을 찾겠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2027년 유니버시아드나 2034년 아시안게임 유치 등이 거론되지만, 총선 공약이 총선 치른지 열흘만에 무산된 마당에 갑자기 나온 '대안'이라 지역 정가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 충북도당은 이날 논평에서 "총선이 끝난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가 강 건너 불구경이 됐다"며 "민주당이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를 내걸었고, 도종환 의원도 TV토론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다 될 것처럼 하더니 임기 시작도 전에 유치가 무산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도종환 의원은 주무장관을 역임했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공약(空約)을 발표한 것인지 한심하기 그지 없다"며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전남 유치 발언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고 기우이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고 꼬집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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