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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본드가 뭐길래…실물경제 대안 두고 유로존 '반쪽'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4.25 06:00 수정 2020.04.24 15:45

위기 대응 재원 확보 카드로 급부상…남-북 유럽 '대립'

엇갈리는 경제적 득실에 입장 차 극명…체제 와해 우려

유럽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이른바 코로나본드로 불리는 채권 발행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픽사베이 유럽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이른바 코로나본드로 불리는 채권 발행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픽사베이

유럽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이른바 코로나본드로 불리는 채권 발행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국가 신용이 낮은 남부 유럽 국가들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비교적 재정 상태가 좋은 국가들에겐 불리한 카드여서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코로나본드를 둘러싼 논의가 유로존 체제 와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 위기 국면을 맞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정책적인 대안으로 코로나본드가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본드는 1999년 유로화 출범 당시부터 위기 국면에 놓인 회원국 지원을 위한 긴급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안된 후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유로본드의 아류 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유로본드는 발행인이 외국에서 제3국 통화표시로 발행하는 채권을 가리킨다. 유로존 내의 재정위기 내지는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발행이 논의된 채권으로, 회원국들의 손실 공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코로나본드 발행에 찬성하는 쪽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다. 그러나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부 회원국들은 이에 반대하며 대립하고 있다. 코로나본드 발행 시 신용도가 낮은 이탈리아 등은 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 재정이 양호한 회원국 입장에선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르고, 신용도가 떨어지는 등 경제적 부담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독일 주드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본드 발행을 재차 촉구했다. 콘테 총리는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며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코로나본드를 발행해 유럽연합의 연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본드 발행 대신 2012년 설립된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SM을 통한 자금 지원은 까다로운 경제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이탈리아 등 유럽 남부 회원국들이 이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다.


그 동안 유로존은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들 간의 경제력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격차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실정이다.


실물경제의 기초체력 및 은행권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재정수지 역시 악화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긴급 대책의 일환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 시행과 함께 상한 제한 없이 추가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는 특별조건신용라인 가동을 천명한 상태다. 만약 코로나19가진정되지 못하할 경우 추가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해질 수 있는 만큼, 코로나본드 발행이 가능해진다면 ECB로서도 정책적인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코로나본드 발행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유럽안정기금의 최대 출자국인 독일은 물론 네덜란드 등 상대적으로 재정수지가 양호한 북유럽 국가들과의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며, 관련 협약도 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독일은 유로본드의 발행에 대해서도 남유럽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 심화와 구조조정 지연, 북유럽 국가 납세자들의 일방적 희생이 요구되는 보조금 이전체계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아울러 유럽연합의 안정성장협약은 역내 회원국 간의 재정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하려면 각국 의회와 국민 투표를 거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립이 유로존에 잠재돼 있는 갈등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로화를 단일통화로 하는 유로존은 재정통합이 전제되지 않은 통화통합으로 출범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외부 충격 발생 시마다 효과적인 정책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 왔을 뿐 아니라 유로화 시스템 잧가 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당초 유로존이나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거대 단일경제권의 형성과 시너지 효과 달성을 위해서는 통화통합에 머무르지 않고 은행동맹, 자본시장통합, 재정통합 등을 통해 국가연합체제에서 연방정부체제로의 전환을 지향할 필요성이 있다"며 "경제적 충격 극복과 방역대응체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 코로나본드 발행의 현실화 여부는 향후 유로존이나 유럽연합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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