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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2분기 전망 ‘암울’…"유동성 위기 총력 대응"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4.24 12:18
수정 2020.04.24 12:23

글로벌 시장 수요 40% 이상 폭락 전망…수익성 악화 불가피

'신차 슈퍼사이클' 효과도 무위…일부 신차 출시일정 연기

비용절감 및 현금 확보로 유동성 위기 대비…R&D는 계획대로 추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2분기 실적에 대해 일제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해외 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생산차질이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데다,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도 반토막 수준으로 침체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제품이나 영업 측면의 노력으로는 위기 돌파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시 닥칠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은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1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에는 글로벌 산업 수요가 25%나 줄었는데, 더 악화될 여지가 있다”면서 “2분기에는 40% 이상 출렁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도 전날 현대차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은 40% 이상 줄었으며, 2분기에는 수요 증가가 예상됐던 중국이 연초 큰 폭으로 감소하고, 미국과 유럽, 인도도 감소세를 보이며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줄줄이 예정된 신차 출시…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연기


현대·기아차는 2분기부터 중국,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인도 등 주요국들이 코로나19 확산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영환경 불확실성과 자동차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신흥국 판매 회복도 지연시킬 수 있어, 판매 회복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부터 주력 차종의 모델 체인지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신차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현대·기아차로서는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신차 한 종당 3000억~4000억원씩 들여 개발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GV80, 신형 G80, 신형 아반떼, 신형 투싼 등의 신차가 글로벌 출시를 준비해 왔지만 현 상황에서는 시장에 내놔 봐야 큰 호응을 얻기 힘들다.


구자용 현대차 전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신차효과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이며, 해외에서는 예정된 신차출시 일정도 다소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K5, 쏘렌토, 카니발 등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들이 글로벌 출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정성국 기아차 IR담당 상무는 “당초 8월 미국에서 양산 계획이었던 쏘렌토는 물류 관련 이슈로 9월로 일정이 늦춰졌고, 카니발 신차 출시는 내년이나 가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역별로 다양한 할부 및 고객지원 프로그램과, 딜러 지원,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판촉 활동 등을 통해 판매 부진 만회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시장이 반토막 나버린 영향을 상당 부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 11조, 기아차 10조 이상 유동성 확보…불요불금 비용 모두 없앤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야 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위기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주우정 기아차 전무는 이날 “당초 사업계획은 7조9000억원의 유동성을 가져간다고 했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대비하기 위해 3조 이상의 금액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최근 회사채 발행을 완료해 유동성 확충 목표를 거의 만족시켰고, 나머지 부분이 마무리되면 1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유동성은 어느 수준까지 확보했더라도 충분할 수 없다”면서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유동성 확충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도 1분기말 현재 자동차 부문에서만 11조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연말까지 유동성 관리가 가능토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종 비용절감 노력도 본격화한다. 이미 현대차그룹 임원 전체가 급여 20%를 반납키로 했고, 각 계열사별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주 전무는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쪽도 각 권역과 법인별로 위기 상황에서 일관된 기준이 될 수 있는 경영방침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특히 비용절감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운영계획을 수립해 불요불급한 비용을 없애고 체질을 개선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긴축재정 상황에서도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차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 전무는 “우리가 가진 투자계획 중 순수 R&D와 제품개발 등 꼭 해야 될 부분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면서 “연초 발표한 ‘플랜S’와 같은 미래 준비 관련 부분은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현 현대차 전무 역시 “안정적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일반투자에 대해서는 선제적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하겠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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