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날개 없는 추락 '루갈', OCN 장르물 흑역사 되나
입력 2020.04.20 14:15
수정 2020.04.20 14:16
시청률 1%대 찍으며 자존심 흠집
화려한 액션에도 개연성 없는 전개 혹평
OCN 주말 드라마 '루갈'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점차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루갈'은 당초 OCN의 '장르물 명가' 명성을 이어갈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사이언스 액션 히어로물을 표방한 데다, 눈을 즐겁게 할 화려한 액션과 CG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거란 기대가 많았다.
게다가 OCN 드라마 시청률 3위 '터널'(2017)과 4위 '라이프 온 마스'(2018)의 주역 최진혁과 박성웅의 존재가 든든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루갈'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제작진은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동명의 웹툰을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 즉 가짜 같지 않고 진짜 같은 이야기로 풀어나가는데 연출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힌 바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연 '루갈'은 웹툰,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흡한 CG와 개연성 없는 전개 등으로 인해 혹평이 이어지며 관심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미 완성도 높은 SF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루갈'의 CG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어색한 CG 탓에 극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작이 갖는 역동성과 잔혹함(?)에서 나오는 액션활극의 쾌감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루갈'은 잔혹한 범죄조직 아르고스에 의해 두 눈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루갈로 다시 태어난 엘리트 경찰이 복수를 꿈꾸는 권선징악 히어로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대사와 캐릭터 설정이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워 웹툰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웹툰은 독자들이 상상력을 동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지만, 드라마는 그 안에 현실적인 개연성을 더해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액션 최적화' 배우들, '센 캐릭터'로 무장한 레전드 배우들이 등장한다 해도 드라마 자체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루갈과 대립하는 아르고스의 존재감도 박성웅의 개인기에 의지할 뿐,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OCN '타인의 지옥이다'가 허름한 고시원에 모여 사는 살인마들이 만들어내는 지옥이라는 원작 웹툰의 스토리를 리얼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타인의 지옥이다'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감각적인 영상미와 방심할 수 없는 쫄깃쫄깃한 전개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잔혹한 사건과 고시원 밖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것만 같은 상황들을 조화시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루갈'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시청률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루갈'은 지난달 28일 첫 방송에서 2.612%를 기록한 뒤 다음날인 2회 최고치인 3.884%를 기록하며 비교적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 11일 5회 시청률이 2.002%로 내려앉더니 18일에는 1.464%까지 주저앉았다. 갈수록 시청자들이 '루갈'을 떠나고 있음이 지표상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