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기획┃드라마가 사랑한 직업③]시대 반영하는 드라마, 이런 캐릭터 원한다
입력 2020.04.19 14:38
수정 2020.04.20 09:31
천편일률적인 재벌·로맨스·판타지 반복 '식상'
대중들 위로하고 용기 주는 캐릭터 발굴 필요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감동을 주는 드라마는 의외로 많지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한국 드라마들이 현실 속 다양한 사회계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드라마 속 세계는 현실 세계와 지나치게 괴리돼 있었다"며 "방송사와 배우만 바뀐 천편일률적인 재벌·로맨스 이야기, 판타지 세계관의 반복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지속시키기 어렵다. 방송사들은 더 다양한 사람 군상을 다루는 드라마, 다채로운 상상의 세계에서도 절묘하게 현실을 녹여낸 드라마를 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상 속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드라마의 한 미덕이긴 하지만, 대중들은 현실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드라마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나 '동백꽃 필 무렵'이 대표적이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공효진은 어린 시절 버림받은 고아이자 미혼모로서 까멜리아라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동백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강하늘 또한 순박하고 정의로운 시골 청년이자 경찰로 마치 동네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매력을 과시했다.
'쌈마이웨이'는 이 세상에서 조연으로 살기를 종용받은 남녀가 쳇바퀴를 박차고 나와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극적인 성공기를 그린 드라마. 과거 태권도 국가대표, 뉴스데스크 앵커, 배우를 꿈꾸던 평범한 청년들이 현실 속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공감을 얻었다.
김 평론가는 "두 작품을 통해 소규모로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 성취해가는 그런 직업군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현재 드라마 시장에서 그런 캐릭터는 흔치 않다. 보다 쉽고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드라마 제작사의 습성 탓도 있지만, 한국 사회 곳곳을 조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 더 크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력과 섬세한 연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감은커녕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
김 평론가는 "현실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조차, 기괴한 요소를 결합시켜 공감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프로게이머처럼 젊은층이 호응할 만한 캐릭터는 디테일이 부족하고 기성세대는 잘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김 평론가는 "너무 잘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보다는 누구나 알 만한 캐릭터지만 잘 조명되지 않은 분야의 캐릭터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캐릭터에 현실성이 부여된다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