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제로’ 스포츠 스타 출신 국회의원, 새 지평 여나
입력 2020.04.18 09:16
수정 2020.04.19 09:08
21대 국회에서는 임오경, 이용 의원이 전문 체육인
재선 사례 없어, 만만치 않은 현실 정치의 벽 부딪혀
이번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은 총 3명이다.
먼저 ‘우생순’의 신화를 쓴 한국 여자 핸드볼의 레전드 임오경(49, 더불어민주당) 전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이 당당히 지역구(경기 광명시 갑)에서 선출됐다.
여기에 실업농구 선수 출신이면서 노동계를 대표했던 김영주(더불어민주당, 영등포갑) 의원도 4선에 성공했고, 이용(42) 전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서 국회에 첫 입성한다.
다만 김영주 의원의 경우 선수 생활을 접은 뒤 노동계에 뛰어들었고, 이후 고용노동부장관까지 거친 인물이라 스포츠 스타보다는 노동계 인사로 분류된다.
한국 헌정 역사상 전문 체육인 출신으로 첫 국회의원이 된 인물은 1973년 9대 총선에서 지역구(전남 장흥군·강진군·영암군·완도군)에 당선된 황호동 의원이다. 황 의원은 국회의원 재직 중이던 1974년, 테헤란 아시안 게임에서 역도 무제한급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황호동 의원 이후 많은 체육인들이 정치에 도전했으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하장사’ 이만기 인제대 교수다. 이만기 교수는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17대 총선과 지난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모두 낙선하며 고배를 들었다. 야구선수로서는 부산 광역의원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故(고) 최동원이 유명하다.
맥이 끊겼던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의 계보는 ‘사라예보 신화’의 주인공 이에리사 의원으로 이어진다. 탁구 선수 은퇴 후 전문 체육 행정가로 변신을 꾀한 그는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했던 경험을 살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서 비례대표(새누리당)로 국회의원이 됐다. 이에리사 의원은 의정 활동 기간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많은 힘을 보탰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문대성 의원 역시 이에리사 의원과 마찬가지로 19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했는데,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부산 사하갑)를 통한 당선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전문 체육인 출신들이 국회의원이 될 때마다 한국 체육 발전에 큰 공헌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 정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소속되는데 아무래도 초선 출신이라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실전 정치의 진흙탕 싸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재선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리사 의원은 국회 활동 기간, 체육유공자 제도를 비롯해 국립체육박물관 건립, 예체능계 대학생 국가장학금 등 많은 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며 정치 활동을 접었다.
문대성 의원도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조정위원회 위원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체육계 발전에 큰 힘을 쏟았다. 그러나 당선 직후 불거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20대 총선 때 고향인 인천(남동 갑)서 재선을 노렸으나 낙선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한 체육인이었던 조훈현 의원(비례대표)은 자신의 정치인 경력에 대해 “뭍에 오른 물고기”라며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의정활동 기간, 한국바둑진흥원 설립을 위한 바둑진흥법 개정을 발의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성과를 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임오경, 이용 의원이 전문 체육인으로서 바통을 이어받는다. 앞선 의원들이 짧았던 4년 활동에도 한국 체육 발전에 적지 않은 이바지를 했기에 이들에게도 큰 기대가 모아지는 게 사실이다.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아 재선에 3선, 4선까지 이어가며 체육 전문 정치인의 새 지평을 열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