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도 속수무책이었던 통합당의 완패…직접 수습 나설까
입력 2020.04.16 13:53
수정 2020.04.16 13:54
통합당, 총선 참패 후 비대위 체제 전환 유력…김종인 '역할' 관심
당선 인사 중 원내대표 선출해 당 재건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김종인, 당 '역할' 제안 경우 질문에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아" 여지
선거전략의 귀재로 불리는 김종인도 미래통합당의 참패를 막을 수는 없었다. 다만 이러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당대표의 사퇴, 거물급 후보들의 대거 낙선으로 구심점을 잃은 통합당의 재건을 위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키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그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자세를 갖추지도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통합당의 선거를 진두지휘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 위원장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그에게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김 위원장이 통합당에 합류한 이후 터진 소속 후보들의 연 이은 막말 논란이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탓이다.
따라서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이 유력한 통합당의 향후 행보에서 김 위원장이 당 재건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된 주호영 통합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공천이 거의 다 된 상태에서 오셨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라며 "김 위원장이 가진 경륜이나, 정치 흐름을 읽는 안목 이런 것들을 보면 여전히 통합당에 큰 도움이 될 분이다. 당을 회생시키는 데 많은 도움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현 지도부와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원내로 들어오게 될 인사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당 일각에서는 당장 비대위 전환보다 하루 빨리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해 전당대회 전까지 당대표 대행을 맡기며 원내에서 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한 주호영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당선자 중에서 조속히 원내대표가 될 사람을 선출하고, 새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수행하면서 수습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원내대표를 맡을 적임자로는 당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당선돼 5선 고지에 오른 조경태 최고위원 혹은 정진석·서병수·주호영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요청이 온다면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통합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 재건 과정에서 단순히 구색만 맞추는 역할을 요구한다면 김 위원장이 받지도 않을 뿐더러, 도의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며 "다만 김 위원장에게 전권 수준의 역할을 요청하는 부분도 중진급 및 원내 인사들로부터 반감을 일으킬 수 있어 절충점을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