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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2020] 정봉주 막말 논란으로 본 민주당 新 '계파갈등' 불씨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4.14 05:30 수정 2020.04.14 05:29

정봉주 "날 개쓰레기 취급…바뀌는지 보자"

사과했지만, 심상치않은 내부갈등 확인

더시민당과 열린민주당 비례후보 간 앙금도

'계파갈등' 우려한 이해찬은 거듭 '통합' 거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우희종·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우희종·최배근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주요 인사들 사이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분열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그간 꾹꾹 눌러왔던 앙금이 한 번에 폭발한 모양새다. 선거 이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통합을 하더라도 ‘계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의 우려가 적지 않다.


앞서 12일 열린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BJ TV’에서 ‘이씨·윤씨·양씨’를 언급하며 “당신들이 이번 선거 기간 중에 나를 음해하고 시정잡배 개쓰레기 취급하고도 앞으로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으냐”며 “내가 아무리 참고 인격을 성숙하려 해도 당신들이 이번 선거기간 중 한 것을 보면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자 정 최고위원은 13일 영상을 삭제한 뒤 “어제 우리 후보들 지지를 호소하다가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네거티브할 시간에 집에가서 잠이나 자라 이 개XX들아"라고 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도부에 한 것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들어와 댓글로 욕을 해댔다”며 화살을 돌렸다.


야권에서는 ‘어차피 민주당’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대수롭게 보고 있지 않지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고질적인 계파갈등이 재현될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의 역사를 관통하는 고참 정치인들이 선거 후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적극 거부하고 있는 이유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8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당대당 통합이라는 게 복잡하다. 지분·지역구·당직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 당에 분란이 생기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공천체제가 다 무너진다”며 “시스템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 공천에 반발이 없는 것인데 옛날 계보정치처럼 흘러가게 둘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더불어시민당 내 민주당 비례후보들과 열린민주당 후보들 사이 앙금이 생기는 등 갈등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더시민당 비례후보는 “안철수라는 대권주자만 없을 뿐이지 지금의 열린민주당은 4년 전 국민의당”이라며 “공천에 탈락하거나 민주당에 불만이 있어서 나간 사람들이 당선되고 싶으니까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지지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민주당 내 청년조직 역시 열린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내 청년조직에서 배출한 당선권 비례후보가 열린민주당의 득세로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내 청년조직에서 성장한 전용기 후보를 사상 처음 당선권인 6번(더시민당 16번)에 배치했다”며 “청년당원들의 기대가 큰 데 열린민주당으로 인해 떨어진다면 나중에 이들을 어떻게 보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친여 방송인들도 갈라지는 형국이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는 더시민당 지도부와 후보들을 적극 지원사격하며 열린민주당을 견제했다. 지난해 ‘조국수호’ 집회를 주도했던 개혁운동본부(이하 개국본) 측은 열린민주당 손 의원과 정 최고위원 비난에 앞장섰다. 이른바 '문빠'라 불리는 강성 민주당 지지층도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을수록 양분돼 서로를 비난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급 당직자는 “친박과 비박의 길고 긴 계파싸움은 2008년 총선 친박연대의 선전에서 비롯됐다”며 “열린민주당이 성공한다면 계파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고, 차기 대선을 앞두고 심각한 계파갈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의석수 1~2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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