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2020 르포] 험지 구로을 김용태의 '외로운 싸움'
입력 2020.04.10 20:30
수정 2020.04.10 21:18
수행원 없이 홀로 주민속으로 선거운동
"마지막 고비, 힘들지만 포기 없다"
'경제심판과 프로일꾼' 메시지로 막판 승부수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은 충분히 예상했다. 김한길 전 의원, 박영선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20년 동안 쌓은 민주당의 아성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많이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가 참 힘들다”고 했다. 서울 구로을에 전략공천된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의 얘기다.
중앙이나 주변 지역의 바람 같은 외부 도움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히려 막말파문이 일어나면서 마이너스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게 캠프의 분위기다. 김 후보 역시 답답함을 토로한다. 재난지원금 현안에 있어서도 정면승부하지 못하고 정부와 민주당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여러모로 어렵지만 김 후보는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다. 뜨거운 칼국수를 10분만에 흡입하고 다시 운동화 끈을 멘다. ‘이번에 안 되더라도 계속 도전하면 다음에는 될 것’이라는 한 시민의 위로에는 “꼭 이번에 돼야 합니다. 그래야 바꿀 수 있습니다”며 손을 잡고 몇 차례씩 지지를 호소한다. 그의 열정에 감복했는지 “응원한다. 열심히 하시라”로 말이 바뀌고서야 음식점을 나서는 김 후보다.
10일 오후 김 후보가 찾은 지역은 구로구 신도림역 인근이다. 구로을 모든 지역이 중요하지만, 신도림 인근은 특히 김 후보가 공을 들이는 곳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으면서도 여야 간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김 후보가 이 지역 상가를 방문한 것은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전날 이 지역 유세가 꽤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멀리서부터 김 후보를 알아보고 다가오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주민은 “아이고, 이번에 잘 돼야 하는데, 힘 내세요”라며 애틋한 마음을 금치 못한다. 한 노신사는 “대림 아파트가 우리 집인데, 후보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출근시간에 선거운동원 2~3명을 입구에 좀 배치하세요”라고 일일이 조언도 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송모 씨(57세 남)는 “구로을에는 충청도 분도 계시고 중도층이 많은데 그 전에는 박영선 의원의 힘이 워낙 좋다보니 민주당쪽으로 휩쓸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미래통합당에서 쎈 후보가 나왔으니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2세 여)는 “이 앞에서 (김 후보가) 유세를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며 “흥미를 조금씩 갖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선 한 학부모는 “실은 오늘 투표를 하고 오는 길”이라며 “제가 지지한 후보는 아니지만, 벌써 두 번째 마주쳤고 인상이 참 좋은 것 같다. 열심히 하시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한 미용사는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지역의 유권자는 아니다”면서도 “지역 후보자는 평소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일하다보면 (김 후보를) 더 자주 만나서 친근감이 가는 후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상가를 방문하는 김 후보는 총 네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문을 열며 “인사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명함을 주며 “기호 2번 김용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뒤로 물러나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문을 나서며 “감사합니다” 순이다. 세 번을 방문하면 12번의 인사, 다섯 번을 방문하면 총 20번 고개를 숙이는 셈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냉랭해도 계속 찾으면 누그러질 수밖에 없는 김 후보의 노하우다.
기자와 만난 김 후보는 “구로주민께서 ‘대한민국 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문재인 소득주도성장 폐기해야 한다’는 결단을 보여달라. 또 20년 간 독식하면서도 구로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국회의원을 심판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있다”며 “그래서 절박한 마음으로 이렇게 무작정 걸으면서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