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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김태호 합작 ‘부캐 열풍’, 예능 새 트렌드로 정착할 수 있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4.04 00:01
수정 2020.04.03 22:12

유재석 아닌 마미손, '부캐 열풍'의 원조격?

"부캐 인기, 일시적 현상...정착 사실상 힘들어"

ⓒMBC

‘무한도전’을 통해 영혼의 단짝으로 거듭났던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최근 MBC ‘놀면 뭐하니?’로 다시 뭉쳐 또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다. 프로그램은 평소 스케줄이 없는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맡기면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기획됐다.


당초 릴레이카메라, 대한민국 라이브 등의 코너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어느새 유재석의 부캐(부 캐릭터)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난 유재석의 새로운 자아만 해도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유DJ 뽕디스파뤼, 닭터유 등 여섯 개나 된다.


유재석이라는 한 사람이 본캐(본래 캐릭터)를 포함해 무려 일곱 개의 캐릭터로 ‘분화’(分化)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뽕포유’에서 탄생한 캐릭터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소속사 사장 김태호 PD의 철저한 계획 하에 ‘합정역 5번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을 내놓으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19년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본캐인 유재석도 받지 못했던 상을 부캐가 대신 받은 셈이다.


특히 김 PD는 일회성으로 그칠 수 있는 이 캐릭터의 분화를 ‘놀면 뭐하니’ 부캐 페스티벌 ‘부캐의 세계’라는 주제로 오는 4일 오후 1시 유튜브를 통해 다시 불을 지피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당 콘텐츠에 대한 열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MBC

온라인 게임상에서 사용되던 ‘부캐’라는 단어가, 유재석을 기점으로 예능으로 번지면서 이와 유사하게 '제2의 자아'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유재석은 아니었다. ‘열풍’을 일으킨 건 유재석이지만, 2년 전 분홍색 복면을 쓴 래퍼의 등장이 이미 부캐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엠넷 ‘쇼미더머니 777’에는 마미손(MOMMY SON)이라는 이름으로 분홍색 복면을 뒤집어 쓴 래퍼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초반에 탈락했지만 화제성만큼은 1위 부럽지 않은 결과를 안았다. 사실 첫 방송 이후부터 그의 정체를 눈치챈 이들이 대부분이다. 마미손은 래퍼 매드클라운이라는 추측을 강하게 반박하면서 마미손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등 천연덕스럽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캐와 부캐로 나누어진 이들의 정체성에 대중들이 호응하는 건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세계관의 완성에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결국 유재석 아니냐’ ‘마미손은 매드클라운이다’라고 떠들어도, 심지어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더라도 이미 그들은 대중에게 독립적인 하나의 캐릭터로 인지된다. 거짓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겠다는 것이다.


ⓒMBC

마미손이 시작하고, 유재석이 불을 지핀 ‘부캐 열풍’을 이어받은 이들도 있다. 유병재가 기획해 만들어낸 ‘카피추’는 유행가와 동요 등 누구나 알만한 노래를 ‘카피’(copy)해 부른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본캐인 개그맨 추대엽에 대해 물어도 그는 시치미를 뗀다. 오랜 시간 무명생활을 이어왔던 본캐 추대엽 대신, 부캐인 카피추가 ‘대박’을 친 것에 반가움과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나혼자 산다’의 박나래도 자신의 속에 있던 또 다른 자아를 꺼내면서 그의 이름을 조지나로 정했다. 그는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남다른 분장 실력으로 여러 캐릭터에 도전한 바 있다. 그러던 중 ‘나혼자산다’에서 특유의 농염한 말투와 과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능청맞은 성격의 안동 조씨 ‘조지나’를 만들어냈다.


ⓒEBS, 유튜브 십오야

이들이 본캐와 부캐의 정체성 혼란에서 오는 재미를 유발한다면, 본캐의 정체를 숨긴 채 부캐 활동을 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들도 있다. 바로 EBS가 만든 캐릭터 펭수와 tvN ‘라끼남’에서 활약한 라면소년이다. 이들은 음원을 내고 활동을 하면서도 본캐의 정체를 철저히 숨김으로서 호기심을 유발하고, 또 인형 탈 속의 본캐를 찾아내려는 누리꾼들의 모습은 일종의 ‘진실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모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부캐’의 활약은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해 소비되고 있는 예능인들의 범람에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부캐의 열풍이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송 관계자는 “새롭게 등장한 부캐는 기존에 본캐가 보여줬던 것 이상의 색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채널을 돌려도 같은 예능인들이 번갈아 나오는 것에 대한 염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찾게 해준 셈”이라면서도 “하지만 부캐의 열풍이 그리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할뿐더러, 네티즌이 이를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쉽게 흥미가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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