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글라스에 캠코더가…교묘한 ‘눈속임’만 더해가는 밀녹·밀캠
입력 2024.12.14 10:06
수정 2024.12.14 10:07
“최근 극장 내 객석에서 망원경 형태의 캠코더로 공연 전체를 촬영한 후(밀캠) 불법적으로 파일을 거래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뮤지컬 ‘랭보’ 제작사 (주)라이브는 이같이 밝히면서 불법 촬영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공연계에선 공연을 불법적으로 녹음, 녹화해 거래하는 밀녹, 밀캠으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아왔다. 공연 중에 마음 놓고 단속하기도 쉽지 않고, 혹여 단속으로 잡아내더라도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 사이 공연 스태프들의 눈속임을 위한 방법만 더 교묘해진다. 라이브는 “공연 중 녹화 기능이 있는 망원경으로 다수의 장면을 촬영한 뒤 스태프의 확인 과정에서 비녹화 기능 망원경으로 교체하는 사례나, 메모리 카드를 은폐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연 관계자 역시 “최근 들어 유독 녹화 기능이 있는 안경이나 망원경을 들고 공연장에 들어오는 관객이 많아지고 있다. 기존 오페라글라스와는 차이가 있음에도 공연 도중에는 주변 관객들의 관람에 방해가 갈 수 있어 주로 인터미션이나 공연이 끝난 이후 확인하고 삭제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짧은 사이에 메모리 카드를 바꿔치기하거나, 평범한 오페라글라스로 바꿔치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관객이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작사 측은 이에 따라 나름의 단속 강화 방침을 세우곤 있다. 이들은 ▲촬영 기능 오페라글라스, 안경캠 등의 불법 촬영용 장비의 객석 반입과 사용 전면 금지 ▲객석 내 불법 촬영 의심 시 공연 중 현장 스태프 제지 및 장비·기타 소지품 검사 요청 ▲불법 촬영 의심 사례로 안내원 및 제작사 직원 확인 협조 불응시 예매자 정보 확보 예정. 향후 동일 정보로 관람 시 좌석 위치 등 파악해 입장 전 오페라글라스 소지 등 확인 및 불법촬영 가능성 모니터링 ▲저작권법에 따라 밀캠 유출 및 불법 유통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 등 법적 조치 등의 대응책을 내놓았다.
사실상 제작사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지만, 문제는 이 역시 근본적 해결 방법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밀녹, 밀캠 유포자들에 대한 처벌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제대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최근 밀캠, 밀녹을 판매한 사람 중에 뮤덕이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구매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배우 인지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데 팬들 입장에선 (실제 공연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아하는 배우의 영상을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몰래 거래하는 거니까 누가 알겠어’ ‘한 번인데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이 업계를 점점 병들게 하고 있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객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법적 제도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역시 밀캠, 밀녹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강하게 해왔던 요구지만 여전히 관련 제도는 자리잡지 못했다. 영화와 같은 영상저작물의 경우 영상물을 무단으로 찍는 행위만으로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처해지고, 녹화하려고 한 미수행위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연도 이에 준하는 구체적인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