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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발 돈 풀리는 금융시장, 기업 유동성 위기 탈출 처방될까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3.31 06:00
수정 2020.03.30 17:58

내달 1일 24조 어치 회사채 매입 돌입…한국판 양적완화 시작

치솟는 CP금리 5년 만에 최고치…신용경색 반등 여부 불확실


여의도 금융가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정부의 100조원 규모의 '금융시장 안정화 패키지' 프로그램이 이번주부터 본격 가동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지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이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코스피 지수가 반등하는 등 어느정도 진정된 분위기지만, 불안감은 여전한데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벗어나는 등 실물경제 회복이 관건이란 분석이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오는 4월 1일부터 1조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산은은 회사채 차환·CP 매입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본격적인 매입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장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을 산은이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의 '돈맥경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기대하고 있다.


산은은 기업은행과 함께 2조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매입에도 나선다. 또 산은·신용보증기금 공동 CP매입기구 신설도 추진 중이다.


이번 주중에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회사채 매입을 시작한다. 회사채, 우량기업 CP, 금융채 등이 대상이다. 채안펀드는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실제 돈을 내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다음달 2일 한도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시장에 유동성 수요 전액을 공급한다. 오는 6일부터 3개월동안 매주 한차례 한도 없는 RP 매입으로 무제한으로 돈을 풀기로 했다.


채권시장은 최악의 상황…"코로나 백신 나오기 전까진 안갯속"


현재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1.56%였던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지난 27일 2.09%로 상승했다. 이는 2015년 3월 11일(2.1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1.41%에서 1.10%로 0.3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CP와 CD 금리 격차는 0.99%포인트로 벌어져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30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CP와 CD금리는 기업과 은행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도를 뜻하는 것으로, CP금리는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발행금리가 결정된다. 최근 CP와 CD 금리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진 것은 그만큼 기업 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위험신호다.


이미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글로벌 경기가 경색되고, 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주부터 정부의 금융안정화 대책이 시행되면서 경제위기를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번 경제위기가 코로나19라는 전염병 확산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근본적으로 의료‧보건‧방역영역에서 해결방안이 나와야 침체된 시장도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돼 세계적 유행의 끝이 보이는 상황이 와야 시장도 진정된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이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코로나19 상황을 봐야 안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와 관련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이 돈을 풀더라도 지금 문제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번 경제 위기의 출발이 질병이었던 만큼 정부가 마땅히 대응할 만한 정책 수단이 줄어들었고 효과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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