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본부장 퇴진하라"...'생떼'를 '용단'으로 포장한 르노삼성 노조
입력 2020.03.29 09:58
수정 2020.03.29 10:00
노조, 기본급 동결 대신 노사 교섭 대표 동반 퇴진 요구
한대라도 아쉬운 상황서 "노조가 생산성 낮춘다" 지적도
르노삼성자동차의 2019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3가지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직무수당 인상, 생산직군·영업직군 통합, 노사 교섭대표 사퇴가 핵심으로 사측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6일 회사측에 3가지 요구안이 담긴 최종안을 제시했다.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라인수당(직무수당)을 인상하고 생산직과 영업직 직군을 통합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노조는 이번 교섭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사 교섭 대표가 동반 사퇴할 것을 주장했다. 교섭대표인 인사본부장이 퇴진하면 집행부도 퇴진한다는 뜻으로, 회사측 상황을 감안할 때 3가지 요구안 모두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먼저 라인수당 인상의 경우,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를 위한 임금 보전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노조는 임단협 협상에서 파업 참가자들을 위한 임금 보전 요구를 해왔다.
이에 사측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측이 보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니 노조가 라인수당 인상안으로 임금을 보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생산직과 영업직 직군 통합 역시 역할이 다른 만큼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공장 내 생산직과 전국 각지의 영업·정비직은 업무가 서로 다르고 근무 강도 역시 차이가 있다.
노사 교섭 대표 퇴진도 진정성 보다는 억지 요구라는 주장이다. 사측 교섭대표는 르노삼성 인사본부장이 맡고 있다. 현 집행부가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2019년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노사는 기본급 인상안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 과정에서 노조는 잦은 파업을 벌였고 파업 참가자들을 위한 임금 보전안을 놓고 사측과 이견을 보였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지난 24일(18차) 본교섭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노조는 기본급 동결하는 대신 공헌수당 확대(60→120%), 고과제도 폐지, 일시금 추가 제시 등 3개안을 요구했다. 고과제도의 경우 사측의 고유 권한으로, 노조의 요구안은 터무니없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다만 기본급 동결 대안으로 회사 추가 재원을 마련해 공헌수당을 신설, 연간 120만원(월 10만원) 이상의 고정임금을 상승시키는 방안과 85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최종안을 지난 2월 제시했다.
회사측은 올해 생산성 회복이 절실한 만큼 임단협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물량감소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고, 신차 XM3의 성공이 간절한 만큼 협상타결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교섭 마다 무리한 요구로 사측을 당혹스럽게 하는 형국이다. 임단협에 대한 조합원들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고, 제 3·4노조의 불만도 거세지면서 이들의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특단으로 보여진다.
사측은 이같은 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노조가 한 발 물러서지 않는 이상 2019년 임단협은 상당한 난항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