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참담했던 2월, 더 참담했던 3월' 공연계 첩첩산중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3.29 17:00 수정 2020.03.29 17:00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공연 취소 잇따라

3월 공연계 매출 사상 최악, 4월 전망도 어두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작업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작업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잊고 싶은 악몽의 3월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에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대표적인 국공립 극장들은 사실상 '공연 없는 한 달'을 보냈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민간 공연들도 잇따라 두 손을 들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공연계는 지난달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국공립 공연장들이 앞장서 공연 취소 및 연기를 주도했고, 사회적 공포 확산으로 공연장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길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뮤지컬 '셜록홈즈'는 지난 8일 공연을 끝으로 사전 예고 없이 조기 폐막을 결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3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긴 했지만, 미국·유럽 등 해외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초·중·고 개학(4월 6일)을 앞두고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서자 눈치만 보던 공연들의 연기 및 취소가 잇따랐다.


24일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는 뮤지컬 '맘마미아!'와 연극 '렛미인' 공연을 취소했다. 신시컴퍼니는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활동 지침을 발표, 전 국민과 사업장에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며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맘마미아!'의 경우 당초 3월 8일에서 4월 7일로 개막을 한 달 연기하며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렸지만, 결국 공연 개최가 무산됐다.


2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할 예정이던 뮤지컬 '마마돈크라이'도 공연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취소를 결정했다. 25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개막 예정이던 뮤지컬 '로빈'도 개막을 5월 1일로 연기했으며, 두산아트센터에서 4월 21일 개막하려던 연극 '1인용 식탁'도 연기됐다.


사실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공연장 대관 일정과 위약금, 배우와 스태프 출연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공연 개막을 짧게는 2~5일 앞두고 취소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얼마나 깊은 고심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공연계의 어려움은 매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9일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1~28일) 매출액은 82억 7986만 원, 예매 건수는 15만 8021건에 불과했다. 최악의 불황이라던 2월(매출 210억 69만 원, 예약 건수 52만 4318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1월(매출액이 406억 2224만 원)과 지난해 12월(556억 9441만 원) 매출액과 비교하면 더 참담하다.


문제는 4월 이후에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연계에서는 내달 6일로 예정된 초·중·고 개학으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크게 전환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시도교육감들은 대부분 내달 6일 개학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공립 공연장들도 4월로 예정됐던 공연들을 대부분 취소하면서 '공연 없는 4월'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아예 온라인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오히려 더 강력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주에서는 5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 브로드웨이 시계가 멈춘 상황이다.


불황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지는 모양새다. 공연계는 계속되는 '희망 고문'에 지쳐가고 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