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맞은 KT…시험대 오른 구현모 리더십
입력 2020.03.30 05:00
수정 2020.03.29 20:22
6년 임기 마친 黃…30일 주총서 CEO 선임
코로나19 속 취임…5G 점유율 등 과제 산적
KT가 구현모 사장을 새 수장으로 맞는다. 내부 출신인 새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경영 혁신을 이루고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KT는 30일 열리는 제3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사장을 CEO로 선임한다. 임기를 마친 황창규 KT 회장은 이미 이임식을 통해 구현모 사장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겼다. 주총서 구 사장 정식 취임하면 ‘구현모 호(號) KT’가 본격 출범하게 된다.
황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이는 지난 2005년 이용경 사장 이후 15년 만의 첫 이임식이다. 이임식은 형식에 치우치지 않는 소규모 행사로 조용하게 진행됐다.
황 회장은 이임식을 통해 “KT의 미래, 먹거리, 그리고 KT 정신을 제대로 세운 CEO로 기억되고 싶다”며 “지난 6년간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준 임직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받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지금까지 만들어 온 성과 이상을 뛰어넘어 135년 역사의 KT그룹을 글로벌 1등으로 올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목은 구 사장이 보여줄 리더십으로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하는 데다 풀어야할 과제도 만만찮다.
먼저 이동통신(MNO)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점유율 확대가 시급하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와 동시에 KT는 약 39% 5G 가입자 점유율을 기록하며 SK텔레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바로 다음달 점유율이 6.5% 감소한 32.1%를 기록하며 2위로 떨어졌다. 현재는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시장과 비슷한 수준으로 SK텔레콤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진 상태다. 그 뒤를 LG유플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뒤쫓고 있다.
5G 특화 콘텐츠 확보도 숙제다. 지난해 KT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다양한 5G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특별히 성공하거나 기억에 남는 서비스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유료방송 인수합병(M&A)도 KT에는 부담이다. KT는 그간 유료방송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해왔지만, 순식간에 점유율 격차가 좁혀졌다.
현재 1위는 점유율 31%의 KT-KT스카이라이프다. 이어 LG유플러스-CJ헬로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입자 800만명, 점유율 24.5%로 2위를 차지하게 된다. 3위는 SK텔레콤이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후 SK텔레콤은 유료방송 가입자 약 777만명, 점유율 약 23.9%로 몸집이 커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T가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딜라이브’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하지만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사후규제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KT의 딜라이브 인수는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작년 6월 27일 일몰됐다. KT의 경우 딜라이브 등 다른 유료방송 기업을 인수하면 점유율 33%를 넘게 돼 합산규제 영향을 받는다. 구 사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유료방송 업계의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 외부 출신 KT CEO들이 특정한 본인의 업적을 남기고자 했다면, 구 사장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업무 효율과 결과물을 가장 중요시하는 인물”이라며 “구 사장이 올해 KT에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