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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항공권 취소대란, 카드혜택에 불똥…"환불액만큼 실적 채우라고?"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입력 2020.03.30 06:00
수정 2020.03.30 05:58

수 개월 전 결제된 항공권 취소하니 "카드 본래실적에 환불금액까지 써야 혜택"

"다소 과한 거 아니냐" 고객 민원 증가…카드업계 "악용될 여지 있어 불가피"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하늘길이 잇따라 막히면서 항공권 취소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의 카드 혜택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

직장인 A씨(36)는 최근 자신의 신용카드 앱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A씨가 보유한 카드상품은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을 채우면 통신사와 커피숍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달에는 그에 더해 80만원 상당을 추가로 사용해야 실적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코로나’ 여파로 작년 말 예약한 항공권을 최근 취소해 환불받은 금액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고 A씨는 졸지에 다음달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허탈해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하늘길이 잇따라 막히면서 항공권 취소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의 카드 혜택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수 개월 전 고액의 항공권을 결제했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당시 승인 건이 취소되는 과정에서 일대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현재 대부분 카드사들은 기본 전월실적에 매출취소금액까지 포함한 실적을 충족해야 다음달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객에게 결제금액이 환불되는 과정에 해당 금액이 이용실적에 고스란히 마이너스(-)로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고가의 항공권의 경우 최대 수 백만원에 달하는 만큼 한 달 간 그만큼을 더 사용해야 다음달 카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전월실적 책정기준이 합당한가를 두고 고객 혼란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앞선 사례에서도 언급된 A씨 역시 “지난해 12월 결제내역을 보면 항공권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카드 실적은 충족된 상태였다”면서 “당시 취소했더라면 혜택을 받는데 별 문제 없었을 텐데 몇 달이 지났다고 환불된 전액이 실적기준에 반영되는 것은 마치 못 받을 돈을 억지로 받아낸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실제 일선 카드사 콜센터에도 최근 코로나 사태에 따른 항공권 취소 대란과 맞물려 이와 유사한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기존실적 뿐 아니라 취소금액까지 모두 전월실적으로 채워야 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그나마 해당 사례에 대비해 Q&A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상당수 카드사들은 이에 대한 내용조차 안내받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카드 결제를 취소하는 경우 카드이용실적이 변경되느냐’는 질문에 “결제 후 취소 시 매출취소전표가 삼성카드사에 접수된 달의 이용실적에서 결제 취소금액이 차감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도 ‘결제일 이후 취소하는 경우에는 다음달 결제일자 실적에 취소금액이 반영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편 관계당국과 카드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개선 등을 검토해 볼 수 있겠으나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미리 카드혜택만 챙기고 추후에 이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악용하려는 사례가 있을 수 있어 불가피하게 이같은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현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유래가 없는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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