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희미해진 자산 증식 구호…계륵으로 전락한 은행 ISA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3.25 05:00 수정 2020.03.24 22:30

전용 예금 금리 1.29%…일반 예·적금보다 0.25P 낮아

신탁형 상품 수익률 '발목'…일몰 앞두고 찬 밥 신세

은행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용 예금 금리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전용 예금 금리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팔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수익률의 기반이 돼 줘야 할 전용 예금 금리가 1%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웬만한 다른 예·적금을 밑도는 이자율로, 국민 자산 증식이란 타이틀을 달고 등장한 ISA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일몰형 상품인 ISA의 판매 종료가 다가오면서 시장의 중심인 은행들이 점점 운용에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ISA는 점점 계륵으로 전락해 가는 모습이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ISA를 취급하고 있는 국내 13개 은행들의 최근 1년 간 ISA 전용 예금 금리는 평균 1.29%로 조사됐다. ISA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고객이 투자할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중 하나를 골라 돈을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조사 대상 예금은 이 중 신탁형 ISA의 기반이 되는 상품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ISA 전용 예금 이자율이 1.09%로 최저였다. 아울러 NH농협은행(1.10%)·KB국민은행(1.16%)·IBK기업은행(1.22%)·DGB대구은행(1.25%) 등도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이밖에 은행들의 ISA 전용 예금 금리는 ▲신한은행 1.30% ▲BNK경남은행·하나은행 1.32% ▲SH수협은행·제주은행 1.35% ▲전북은행 1.36% ▲광주은행 1.45% ▲BNK부산은행 1.52% 등 순이었다.


이 같은 은행들의 ISA 전용 예금 이자율은 일반적인 예금이나 적금보다 낮은 수치다. 보통의 예·적금보다 ISA 예금에 돈을 맡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1월 집계된 은행들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평균 금리는 1.54%로 ISA 전용예금보다 0.25%포인트 높았다.


문제는 고객 입장에서의 실질 이자율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이 신탁형 ISA 가입자들로부터 별도로 연 0.1%포인트 가량의 수수료를 거둬가고 있어서다.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작은 숫자일 수 있으나, 가뜩이나 쥐꼬리인 금리를 감안하면 고객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대목은 이런 전용 예금과 연계돼 있는 신탁형 상품이 ISA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낮은 이자율에 악영향을 받는 소비자들이 그 만큼 많다는 의미다. 올해 1월 말 금융사 ISA에 들어가 있는 투자금(6조3674억원)에서 신탁형이 점유하고 있는 비중은 88.6%(5조6424억원)에 달했다. 다시 이 중 86.6%(4조8848억원)가 은행들의 몫이었다.


물론 전용 예금의 금리가 그대로 신탁형 ISA의 수익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는 만큼, 주식형·채권형 펀드 등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다른 금융 상품에 자산을 옮겨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금 금리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확보한 신탁형 ISA 적립금 가운데 예·적금 등 일반 수신 상품 포트폴리오에 들어가 있는 자산의 비율은 88.3%에 이른다. 펀드의 비중은 ▲주식형 0.9% ▲채권형 1.0% ▲혼합형 1.7% 등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결국 전용 예금 상품의 금리가 신탁형 ISA 수익률 전반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관련 예금의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는 조만간 사라지게 될 ISA의 처지가 꼽힌다. 어차피 사라질 상품을 두고 적극적인 비용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ISA는 국민의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후 대비 자금 마련을 돕겠다는 목적으로 2016년 3월에 정부가 주도해 출시한 정책 상품이다. ISA 등장 초반에는 은행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자 앞 다퉈 영업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인기가 크게 시들해졌다. 애초에 못 박았던 판매 제한 시점이 다가오면서 가입자를 끌어 모으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ISA의 신규 가입 시한은 내년 12월 31일까지다.


이제 ISA는 개인 자산 증대보다는 절세 도구로 명맥을 유지하는 흐름이다. ISA는 총 급여액 5000만원(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및 소득요건을 충족하는 저소득자와 농어민을 상대로 통합 이자소득 400만원(총급여 5000만원 초과자는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또 금융소득 총액이 1인당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되지만 ISA에 의해 발생한 이자 소득은 제외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ISA를 둘러싸고 금융사들이 경쟁을 펼쳐야 할 유인이 사라져가면서 금리 조건도 개선되지 않는 흐름"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6조원이 넘는 고객 자산이 들어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