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에 코스피 꿈틀...美 연준 다음 카드는
입력 2020.03.22 06:00
수정 2020.03.22 06:25
글로벌 증시 연일 널뛰기...“통화스와프만으로 주식시장 흐름 못 바꿔”
“위기 핵심은 회사채신용리스크...과거 ECB도 회사채 매입 효과 경험”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와프 발표로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가는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단기간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심리적 안전판을 확보했을 뿐, 코스피 추세반전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이들은 당분간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사채 매입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는 8거래일 만에 반등해 108.51포인트(7.44%) 오른 1566.1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39.40포인트(9.20%) 오른 467.75로 마감했다. 전날 코스피는 1500선이 무너진 1457.64로 마감했고 코스닥은 8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폭락세를 보였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밤 미 연준과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간은 올해 9월 19일까지 6개월간이다. 연준은 이날 한국, 호주, 브라질 등 9개국 중앙은행으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확대했다. 신흥시장에도 달러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한미 간 통화 스와프 체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0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국내 증시에 강한 훈풍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지난 20일(현시기간) 뉴욕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 공포로 또다시 급락했다. 전일 반등했던 국제유가가 폭락한 것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13.21포인트(4.55%) 급락한 1만9173.9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4.47포인트(4.34%) 추락한 2304.92, 나스닥 지수는 271.06포인트(3.79%) 하락한 6879.52로 각각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번 주 17.3% 폭락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및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변동성 높은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미 연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코스피를 비롯한 한국 금융시장에 안정성 강화의 1차 조건은 마련됐다고 본다”면서도 “아직 코스피 추세반전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코스피는 2008년 10월 단기 저점 확인 이후 2009년 3월까지 5개월 간의 박스권 등락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번 복합위기로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미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기업어음(CP) 매입 등이 시행돼야 하고, 무엇보다 코로나19 글로벌 펜데믹 현상의 진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심리를 자극한 중국 경제지표의 반등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SK증권 역시 통화스와프 체결로 안전판을 확보했지만, 위기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봤다.
한대훈 연구원은 “통화스와프는 환율에 대한 불안감을 경감시킬 수 있고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지만, 통화스와프 체결만으로 주식 및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고 보긴 힘들다”며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 주식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결국 위기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이번 위기의 핵심은 크레딧 리스크인 만큼 회사채 매입에 대한 미국 의회의 통과가 지금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서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회사채 매입”이라며 “현 변동성 상황의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회사채 신용리스크를 가장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현재 인식되고 있는 불확실성의 중심에 회사채 신용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고,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활용하지 않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이 활용하면서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지난 18일 ECB가 제시한 7500억 유로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대상에도 회사채는 포함되어 있다”며 “기존의 유동성 프로그램들에 더해 회사채 매입까지 가능하게 될 경우, 일단 신용 리스크에 대한 경계 수위가 다소나마 진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