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술 발전에 주목 받는 '지수형 보험' 왜
입력 2020.03.21 06:00
수정 2020.03.21 03:46
객관적 지표 충족 시 자동 보상…글로벌 보험사 '앞장'
보장 공백 완화 기대…전염병 리스크 대안으로도 관심
데이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객관적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지수형 보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보험사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지수 보험을 개발, 기업의 다양한 노출 리스크를 보장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지수형 상품을 통해 기존의 보장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보험업계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수형 보험은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전가하는 대체적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실제 손실을 보상하지 않고 손실과 연관된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를 갖는 상품이다.
지수형 보험은 농작물 보험의 자연재해나 기후위험 등과 같이 손해사정을 통해 손실 금액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거나, 과다청구 등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분야에서 주로 활용돼 왔다.
최근 데이터 수집·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리스크의 측정과 관련 지표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지수형 보험의 적용 가능 범위는 넓어지는 추세다. 사전에 정해진 지표가 실제 손실과의 상관관계가 높도록 개발돼 실제 손실과 지급보험금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앞으로 지수형 보험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수형 보험은 보험사고 발생 시 사전에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므로 보상이 투명하고, 별도의 손해사정 절차가 없어 보상이 신속하게 이워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 보험 상품은 손실의 복잡성에 따라 보상이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지수형 보험의 경우 보통 1주일에서 한 달 이내에 빠르게 보상이 진행될 수 있다.
지수형 보험은 특히 비(非)재물적 손해를 보상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기존 보험 상품은 주로 물리적 피해가 동반된 손실에 대해서만 보상함에 따라 재난발생으로 인한 간접적인 손실 등에 대해서는 보장받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해 왔다.
이미 해외 보험사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은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지수형 보험을 개발해 기업의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지난해 1월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지수형 보험을 출시, 강의 수위가 특정 수준 이하로 낮아지거나 높아지는 경우 고정된 금액을 지급해 기업의 손실을 보상하고 있다. 이를 위한 맞춤형 지수를 개발해 보험계약자별로 강 수위 변동에 따른 수익과 비용 관련 위험을 측정하고 있다.
이스라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인 파라매트릭스는 외부 IT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중단시간 지수형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소프트웨어를 지속 모니터링해 클라우드 중단, 네트워크 충돌 및 플랫폼 오류 등으로 소프트웨어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보험업계는 향후 지수형 보험이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기존에 손해 규모를 측정하기 힘들었던 위험을 보장함으로써 보장 갭을 줄이고 보험의 경계를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염병이나 사이버, 테러 리스크 등 기존에 측정이 힘들었던 분야에서도 맞춤형 지수 보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국가적 재난 발생 시에도 사적 영역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문혜정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연방재난관리처의 국가자문위원회가 미국인의 보장갭을 줄이고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수형 보험 제공 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주요국들의 정부기관에서도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서 지수형 보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개인 및 기업 대상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