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현금 살포' 비판 우려?…재난기본소득 도입에 소극적
입력 2020.03.20 11:02
수정 2020.03.20 11:04
文대통령, 전주·화성 사례 언급…靑관계자도 "지자체 노력 검토"
직접 도입 유도해 책임 떠넘기기…'총선용' 비판도 피한다는 해석
청와대가 '포퓰리즘' 비판을 우려하는 것일까. 여전히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소극적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재난기본소득 요청에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20일 현재까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검토 가능한 사안'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회의 테이블에 의제로 올라갈 순 있어도 구체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비상경제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전날 가동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취약계층 지원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만 말했다.
이는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 정치권 일각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는 것과는 크게 대조를 이룬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지원을 해야 해 들어가는 재원도 만만찮을뿐더러 '총선용 현금 살포'라는 비판에도 직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지자체의 직접 도입을 유도하고, 이를 보전해 주는 방식을 택할 거란 예측이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지자체가 긴급 지원하고 거기에 중앙 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면 추후 추경을 통해 도와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정부 측에서도 나왔다"고 말했다.
즉,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포퓰리즘 비판은 피하되, 국민적 요구는 수용하는 모양새를 만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날 재난기본소득 검토 조건에 국내·외 경제 상황과 국민 수용 여부와 함께 '지자체 차원의 노력'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계산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도권 광역단체장과의 만남에서 "전주시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 기본소득을 취약계층 5만 명에게 52만7000원씩 지급하고 화성시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이상 줄어든 3만3000여 소상공인에게 평균 200만 원의 긴급 생계비를 지급한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취지는 수용하되 경제적 타격이 큰 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취약계층 지원방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