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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시대' 본격 개막…"위기 속 안정 택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3.19 14:35
수정 2020.03.19 14:40

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차 이사회 의장 맡으며 장악력 높여

위기대응 긴급조치, 미래사업 투자 등 빠른 의사결정 기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룹 장악력을 강화했다.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대폭 물갈이 인사로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시작된 ‘정의선 시대’가 이번 현대차 이사회 의장 선임으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현대차는 19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현대차는 이날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이사회 의장이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정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 직을 정 수석부회장이 물려받은 것이다.


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며 여전히 중요 사안에 대한 최종 결재권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차기 총수인 정 부회장에게 실질적인 그룹의 경영을 맡기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 심화...신속하고 안정적인 대응 필요


당초 재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아닌 다른 사내이사나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최근 삼성전자나 SK(주),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추대하는 추세를 현대차도 따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해 정 수석부회장이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이사진의 의견이 모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데다, 전동화·자율주행·공유경제·커넥티드카 등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급변의 시기를 맞는 와중에 좀 더 신속하고 안정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정 수석부회장을 적임자로 택한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등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의장을 맡는 게 경영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사회 내에서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 조치나 미래차, 친환경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 중대 사안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회사 안팎의 상황을 잘 알고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를 이끄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끄는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이 된 만큼 이사회 안건과 운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업무 집행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1월 7일(현지시간)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 현대차 전시관 내 실물 크기의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 앞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의사결정 효율성 제고…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가속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를 이끌게 되면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도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 및 자재·부품 공급업체의 조합에서 벗어나 라스트마일, 개인용 비행체(PAV),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집단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핵심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선도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구현을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했다”며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경제 분야 '영역 확장'도 본격화


현대차그룹이 선도해온 미래 친환경차 전략이자 신에너지 전략인 ‘수소경제’ 분야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의장을 맡으면서 한층 신속한 투자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전기차는 올해부터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경제의 핵심 플랫폼인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넥쏘(1회 충전 주행거리 609km)를 개발하는 등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소전기차를 넘어 더욱 다양한 분야로 수소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가운데)이 2019년 7월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레우벤 (루비)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왼쪽)에게 넥쏘 절개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의 동력원인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산 능력도 착실하게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12월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연료전지시스템 연간 생산량을 70만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연료전지시스템은 기차와 선박 등 시스템의 부피나 무게에 큰 구해를 받지 않으면서 기착지가 한정돼 있는 이동수단, 동선이 일정 공간으로 한정돼 있는 지게차 및 건설장비, 대형화에 발맞춰 고성능 동력원이 필요해진 드론 등 자동차 외에도 수요가 다양하다.


이같은 점을 감안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료전지 연간 생산량 70만기 중 20만기를 외부 판매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같이 각 계열사들의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업집단에서 주력을 맡은 기업의 경우 그룹 전체를 이끄는 총수가 전략적 방향성과 비전을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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