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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금리시대-금융] "엎친데 덮친 격"…업계 수익성 역대급 추락 위기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3.17 11:38 수정 2020.03.17 11:43

은행 순이자마진 큰폭 하락 예상…예상밖 인하에 수신금리 인하 눈치

생보 보험 역마진 위험수위 봉착…이익 창출능력 훼손 전방위 확산 우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 조정, 연금과 보험수익률 하락 등 금융권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여수신 금리 조정, 연금과 보험수익률 하락 등 금융권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특히 시중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2월 발간한 BOK경제연구 '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선호 경로'에 따르면, 단기금리가 1.6%포인트 하락할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치는 평균적으로 2.1%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수익성 저하 우려로 은행이 고위험, 고수익 대출 신용공급을 늘리게 되고, 이 때문에 보유한 대출의 질이 악화돼 은행의 위험 수준은 높아진다는 얘기다. 한은은 "통화정책이 신용의 양뿐 아니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들은 한동안 눈치를 보면서 수신금리 인하 타이밍을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수신금리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NIM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금리를 신속하게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17일 "예상은 했지만 기준금리를 어제 내렸기 때문에 아직 예·적금 금리 인하 시기를 잡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은행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수신금리 인하 발표를 머뭇거리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누가 1번타자가 되느냐',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수신 금리를 잇따라 내린 상황에서 추가로 고객들에게 예금 이자를 덜 주게 되면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 수 있어 '타이밍 싸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자료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자료사진)ⓒ뉴시스

NIM 방어에 총력…'0%대 정기예금' 시대 도래할 듯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상품 금리는 연 1%대 초반 수준에서 추가로 내려 곧 '0%대 정기예금'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1.05%),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정기예금(1.1%), 우리은행의 우리슈퍼주거래정기예금(1.1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정기예금(1.1%) 등 주요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은 만기 1년 기본금리 기준으로 1.05~1.15% 수준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리를 내리면 고객들이 예금상품에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상품운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은행이 부담을 감수해야하는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일부 주요은행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시장 비중이 크지 않은 외국계 은행이나 지방은행이 먼저 금리인하에 나서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험업계 등 다른 금융권도 비상이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이 많은 생명보험사들의 이차역마진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생보업계에서는 "파산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자산운용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예정이율 인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2016년 3%대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생보사들은 은행들이 수신금리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것처럼 예정이율을 낮춰 잡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같은 보험금을 받더라도 가입자가 내야 할 보험료는 늘어나게 된다.


무디스가 지난 16일 한화생명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으로 분류하는 등 국내 보험사들의 글로벌 신용등급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회사의 수익성이 약화되고 자본적정성 압박이 심화된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저금리 환경이 지속하면 생명보험사 이원차 마진 확대가 지속할 전망"이라며 "금리연동형 계약 비중이 높은 손해보험사는 금리 하락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으나, 국고채금리가 0%대로 낮아질 경우 최저보증이율에 근접하는 계약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원차 마진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하락으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으로 대출자 이자부담 감소, 연체율 상승폭 둔화,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 사전차단 등 효과가 예상된다"며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는 순이자마진과 투자수익률 하락 등으로 이익창출 능력이 크게 훼손돼 부정적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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