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대로 전격 인하…코로나19에 '발목'(종합)
입력 2020.03.16 17:24
수정 2020.03.16 17:24
경기 침체 심화 우려와 금융 불안 확산 대응
美 깜짝 제로 금리 선언에 뒤따라 조정 나서
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0%대로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에 확산하고 있는 경제적 타격에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전격 인하하면서 한은도 이를 뒤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16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50%포인트 내린 0.7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과거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두 차례로, 당시 각각 0.50%포인트와 0.75%포인트의 인하를 단행했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심화 우려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결정으로 해석된다. 당초 한은은 다음 달 9일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조정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한 달여 앞당겨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은 임시 금통위는 오는 17~18일쯤 열릴 것으로 예견됐었다. 그런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전격 인하한 결정이 일정을 앞당기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이 같은 기준금리 조정은 오는 17일부터 이틀 간 예정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두 번째로 이뤄진 조치다. 연준은 앞선 지난 3일에도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0~1.25%로 0.50%포인트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연준은 향후 수개월에 걸쳐 위원회는 국채 보유를 최소한 50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보유를 최소 2000억달러씩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채와 MBS 보유를 늘려 시중에 유동성을 그만큼 더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준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 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폭넓은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며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게 됐다. 한은은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간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서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낮아지게 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 환율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에 따라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성장과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