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식구마저 떠날라"…위기의 케이뱅크, 연봉 인상 '고육지책'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3.12 06:00 수정 2020.03.11 21:03

임직원 평균 연봉 1년 새 13.9%↑…회사는 적자에 고통

자본 수혈 히든카드마저 '물거품'…위기 속 악순환 계속

케이뱅크 임직원들의 연봉이 1년 새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케이뱅크 케이뱅크 임직원들의 연봉이 1년 새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케이뱅크

케이뱅크 임직원들의 연봉이 1년 새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자금 공급 난항에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직원들의 지갑 사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셈이다.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이직이 잦아 인건비가 계속 불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케이뱅크를 둘러싼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뱅크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200만원으로 전년(7200만원) 대비 13.9%(1000만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가 쓴 임금 총액은 249억원에서 287억원으로 15.3%(38억원) 늘었다.


직급별로 봐도 모든 직위에 걸쳐 처우가 개선됐다. 우선 케이뱅크가 관리자급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31억원에서 37억원으로 19.4%(6억원) 증가했다. 책임자급 역시 115억원에서 133억원으로, 행원급도 81억원에서 92억원으로 각각 15.7%(18억원)와 13.6%(11억원)씩 보수 총액이 늘었다. 임원들에 대한 보수도 22억원에서 25억원으로 13.6%(3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케이뱅크의 실적은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기 힘든 여건이란 얘기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지난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008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838억원)보다 적자 폭이 20.3%(170억원)나 커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주요 주주인 KT로부터의 자본 조달이 막히면서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급기야 자본금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4월부터는 일부 대출 판매가 중단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적금담보대출을 제외한 모든 신규 대출이 전면 중단되며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실정이다.


이런 와중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했던 마지막 비상구마저 막히면서 케이뱅크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번 달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다.


해당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빠르게 해소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로 꼽혀 왔다. 개정안의 골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 심사 시 공정거래법 등 금융 규제와 관계없는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겠다는데 있다. 즉,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이라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케이뱅크가 이에 목을 매 왔던 이유는 현행 인터넷은행법으로 인해 핵심 주주인 KT의 손발이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주주들은 KT를 대주주로 올리고 이를 중심으로 약 59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에 KT는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심사를 중단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케이뱅크 2대주주인 KT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다시 막히게 됐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자본 확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이제 케이뱅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KT 외에 다른 주주들과 논의해 자본금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케이뱅크가 활로를 찾는다 하더라도 영업 환경은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자 마진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어서다. 뒤늦게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골든타임을 놓친 뒤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에서 1.50%로, 같은 해 10월에는 1.50%에서 1.25%로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그럼에도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로 경기 침체가 더 깊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렇게 앞뒤 사정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의 인건비가 불어나는 요인으로는 남다른 조직 특성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만큼, 그 시작부터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들이 중추 역할을 맡아 왔다. 지금도 금융권은 물론 IT업계로부터의 스카웃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풀은 기존 시중은행들과 다른 장점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인건비 부담을 발생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새로운 피가 계속 수혈되면서 혁신금융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잦은 이직과 스카웃 비용은 감내해야 할 짐이란 의미다. 아울러 힘든 회사 사정 속 떠나가는 이들을 붙잡아야 하는 측면도 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보수적인 구조 상 여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력직 확보에 따른 지출이 클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케이뱅크로서는 경영난 심화로 인재 영입이 더욱 어려워지는 동시에, 그에 따른 공백을 메꾸기 위한 인건비가 더 확대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