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대한항공, 운수권 회수 유예 확대 건의...노선 정상운영 불가능
입력 2020.03.06 09:20
수정 2020.03.06 09:21
국토부에 공문…노선 감편·기재 축소 불가피 호소
유연한 노선 운영 통한 자구노력 위해 의무 면제 요청
대한항공이 정부에 국제항공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등의 회수 유예를 건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급감 속에서 세계 각국 입국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운항노선의 정상운항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6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올해 모든 노선의 국제항공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대한항공 측은 공문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타국의 한국발 승객 입국 제한 조치와 여행 수요 급감 등으로 정상적인 노선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건의했다.
이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나는 등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운수권, 영공통과이용권, 슬롯 방어를 위해 기존 노선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경우 수익 대비 과다한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5일 오후 8시를 기준으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국가·지역은 입국금지 41곳, 시설 격리 13곳, 검역 강화 및 권고 45곳 등 모두 99곳이다. 이미 항공 수요가 줄어들 대로 줄어든 상황에서 입국 제한 및 강화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치명타를 맞았다는 판단이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으로 지역과 관계없이 전 항공 노선의 수요가 급감하는 유례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노선 감편과 운휴, 기재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달 1일 기준 국제선의 노선별 3월 예약 인원수는 전년 대시 62% 감소했다. 특히 승객의 항공권 환불 요청은 평상시 대비 30배 증가해 2월 마지막주의 경우 항공권 환불금액이 발매액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노선 23개 중 12개 노선을 잠정 중단하고 9개 노선을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대한항공의 이번 건의는 유연한 노선 운영을 통한 자구 노력을 시행하려면 올해 운수권과 영공통과이용권, 슬롯 방어 의무를 면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운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0주의 운항이 필요하고 영공통과이용권 역시 연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
다만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17조 3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천재지변, 전쟁, 해당 공항의 폐쇄, 안전 및 보안 문제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미사용 운수권 또는 영공통과이용권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와 함께 국내 공항의 슬롯도 동·하계 모두 회수를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아울러 해외 공항의 경우에도 각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적 항공사의 슬롯 보전이 가능하도록 조치해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규정상 슬롯 보전을 위해서는 배정받은 슬롯에 80% 이상 운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