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시가 급한 백신 개발·치료제 도입… "정부 빠른 결정 내려야"
입력 2020.03.09 06:00
수정 2020.03.08 22:08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아시아서 임상 3상시험 시작
정부 '아비간' 도입한다더니 '묵묵부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증환자의 치료가 급박하다 보니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존 약물들을 활용 중인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기존 치료제 승인도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나 공식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어서 기존 약물 중에 대안을 찾고 있다. 세계제약협회연맹(IFPMA)에 따르면 세계에서 30여종의 항바이러스제를 골라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시험 중이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에이즈치료제 렘데시비르와 칼레트라,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아비간 등이 사용되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제약회사인 길리어드(Gilead Science)에서 개발 중인 약물로, 에볼라(Ebola) 치료제로 만들어졌다. 현재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길리어드사가 대량의 제품을 공급해 코로나19 치료에 쓰고 있다. 중국 연구진들의 발표에 따르면 중증 환자에게서 렘데시비르가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칼레트라는 미국의 글로벌 제약회사 애브비(AbbVie)에서 개발한 에이즈 치료제인데, 코로나19에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항바이러스제인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가 같이 들어있어 약 한 알을 복용하면 두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칼레트라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하고 있다. 경증환자에게는 대증치료를 시행하고, 중등도 이상 환자 역시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 말라리아 약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처방한다.
일본 제약사 도야마 케미칼의 항바이러스제 '아비간'도 코로나19의 치료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분은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로, 일본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중국에서 아비간을 이용한 치료를 시도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아비간을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결정을 못 내린 상황이다.
국내 의료진은 렘데시비르가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서울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세 곳에서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에서 효과가 나타나면 정식 의약품으로 등록해 시중에 풀릴 수 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빠른 의사결정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신속하게 행정 업무 처리해야 코로나 치료제 도입이나 백신 개발이 빨라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당국이 우물쭈물하다가는 코로나19 환자 사망과 감염 확산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도 가시적인 결과물로 나오기는 요원해 보인다. 현재 미국·중국·이스라엘 등에서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백신은 기본적으로 3개월의 효과 검증과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사스와 메르스의 백신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백신 개발은 쉽지 않다.
최근엔 한국화학연구원이 주관하는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이 (코로나19 무력화에 유력한 항체를 찾아내 주목됐다. 하지만 동물실험, 임상시험 절차 등을 감안하면 이를 백신이나 치료제로 탈바꿈시키기까진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력 항체를 찾아냈을뿐 실제 이 항체가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실험을 해봐야 한다. 여기서 효과가 증명되면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까지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