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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D램 가격 상승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입력 2020.03.03 05:00 수정 2020.03.02 17:58

반도체 수요 하락·공장 가동 중단 등 부정적 전망 우세

D램 고정거래가격 추이.(출처=D램익스체인지)ⓒ데일리안 D램 고정거래가격 추이.(출처=D램익스체인지)ⓒ데일리안

반도체업계가 D램 가격의 연속 상승에도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 감소·공장 가동 중단 등의 피해가 전망돼 업황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3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평균 2.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월 D램 고정거래 가격이 13개월 만에 소폭 반등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이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거래 표준가로 D램 가격 상승은 반도체 업계의 실적회복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230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27조7700억원으로 전년도(매출 243조7700억원·영업이익 58조8900억원) 대비 매출은 13조원, 영업이익은 30조원 이상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은 14조200억원으로 전년도(44조5700억원) 대비 약 68.5%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26조9907억원과 영업이익 2조7127억원으로 전년도(매출 40조4451억원·영업이익 2조7127억원) 대비 각각 33%와 87% 줄어들었다.


양사의 하락은 D램 가격의 꾸준한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2018년 9월 8.19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같은해 10월 7.31달러를 기록하며 약 10.7% 급락했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지난해 10월 2.81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지난 연말 기준 동일한 가격을 유지했다.


지난해 하락을 멈추고 안정화에 들어간 D램 가격은 지난 1월 2.84달러로 13개월 만에 상승했고 지난달 2.88달러로 2개월 연속 올랐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안정화에 이어 상승세를 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1월 고정거래가격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공장가동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아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없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 발표에서 향후 반도체 가격 급등을 우려한 업체들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기 전 업체들이 미리 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업황 회복이 아닌 불안 심리가 작용해 D램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는 4212명으로 4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지며 사업장 내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 가동 중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며 공장이 일시 폐쇄됐다. 같은 날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구내식당 직원 1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반도체 생산시설과는 거리가 있어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은 멸균상태를 유지하고 직원들이 방진복을 입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하지만 연구동 등지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 전체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스마트폰의 수요도 감소하며 반도체 업계가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1분기에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장은 50%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수요가 줄면 모바일용 D램의 수요도 동반 하락하게 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국인 중국이 코로나19 영향을 받으며 우리 반도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D램 가격이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지만 고점이었던 2018년 9월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이라며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등 업황 회복의 기대치가 낮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영 기자 (ld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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