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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공관위'냐 '폭주공관위'냐…송파을 추가공모 파문 확산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3.01 05:00 수정 2020.03.01 08:24

배현진·김용태 공모해 면접까지 치렀는데 또?

선대위 대변인 제안받았는데 모순된 기류 의아

그간 공헌도로 봐도 공천 밀릴 이유 없어 '술렁'

배현진 서울 송파을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병원에 입원한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고 있다. 배 후보는 최근 미래통합당 지도부로부터 조만간 출범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배현진 서울 송파을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병원에 입원한 황교안 대표의 대국민 호소문을 대독하고 있다. 배 후보는 최근 미래통합당 지도부로부터 조만간 출범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역구 후보자를 추가공모하면서 서울 송파을을 포함한 것을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통합당의 전략과 동떨어진 공관위의 독단적 폭주에 중도보수대통합의 성과가 몰각되면서 총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통합당 공관위는 전날 후보자가 없는 광주·전남북 대부분과 현역 의원이 불출마한 일부 지역구 위주로 후보자 추가공모를 공고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울 송파을이 포함된 것을 놓고 당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서울 송파을은 당협위원장을 지낸 배현진 예비후보가 애초 단독으로 후보자 공모에 응했다. 이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4선 최재성 의원의 지역구로, 통합당 입장에서는 탈환해야할 대상이다. 서울에서 단독으로 공모에 응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동작을)·오세훈 전 서울시장(광진을)·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동대문갑)과 함께 '1호 공천'을 받을만한 지역이라는 평이었다.


최초 공천 대상에 들지 못했을 때만 해도, 중도보수대통합 과정에서 김용태 전 새로운보수당 청년공동대표가 추가공모에 응했기 때문에 미뤄지는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면접까지 끝내고 서울 각 지역구의 공천이 속속 이뤄지는 가운데에서도 발표가 미뤄지자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마침내 후보자 추가공모까지 공고되자, 통합당 안팎에서는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게 된 것이다.


서울 송파을 후보자 추가공모 공고에 혼란이 초래된 이유는 통합당이 배현진 후보에게 총선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당 지도부는 배 후보에게 조만간 출범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이 때문에 배 후보는 지역 선거를 준비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정강정책 연설 등을 준비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때 '당의 입'에 해당하는 선대위 대변인을 맡아 정강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릴 사람이 정작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에 대한 공헌도로 봐도 배현진 후보는 정권교체 이후 지상파 방송사를 겨냥한 현 정권의 '적폐청산 광풍'의 희생양으로 부각돼,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일부러 인재영입 케이스로 '모셔온' 대상에 해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미북정상회담 등 당선이 난망한 상황에서 재·보궐선거 최전선에 세워졌고, 이후 원외당협위원장을 맡아 서울 송파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황교안 대표의 의지로 거듭 치러진 장외집회에서는 1부 사회자를 단골로 맡기도 했다.


통합당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독립공관위'라는 것은 공천업무에 있어서 누구의 로비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천을 할 독립성이 부여된다는 것이지, 공관위가 당과 관계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서울 송파을 후보자 추가공모는 그간 당에 공헌한 내용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형오 위원장 스스로도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을 희망한 모든 분들이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최근 3년간 또다른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어디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감안할 것"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적에 팔을 걷어붙이고 싸운 사람과 수수방관하고 있던 사람은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송파을 후보자 추가공모 공고로 배 후보의 공천 가능성에 물음표가 제기되는 상황은 이같은 김 위원장 본인의 공언과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 내세운 공관위, 정작 엉뚱한 외풍에 '흔들'
혁통위 특정인 위한 '자리내기' 시도? 흉흉한 반응
시구의원 격렬 반발…'통합정신' 공관위가 그르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공천을 희망한 모든 분들이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최근 3년간 또다른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어디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감안할 것"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적에 팔을 걷어붙이고 싸운 사람과 수수방관하고 있던 사람은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공천을 희망한 모든 분들이 (문재인정권 출범 이후) 최근 3년간 또다른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어디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감안할 것"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적에 팔을 걷어붙이고 싸운 사람과 수수방관하고 있던 사람은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때문에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지 통합당 안팎의 추측이 분분하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일각에서 보도된 '홍키즈''인질극'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가 선대위원장 중의 한 명이 될 것은 확실한데, 선대위 대변인이 황 대표의 의중 없이 제안될 수가 있었겠느냐"라며 "지난해 12월 26일 황 대표의 '병상 메시지'도 배현진 후보가 대독했는데, '홍키즈'라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전후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복수의 통합당 관계자들은 두 방향에서의 외풍(外風)이 공관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외풍은 황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특정 인사가 송파을에 기초단체장 출신 특정인을 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공관위의 고려에 이렇다할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공관위를 뒤흔드는 외풍은 다른 쪽에서 불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보수대통합 과정에서 역할을 했다는 특정 인사가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관여했던 특정인이 공천을 받을 '자리'를 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설이 통합당 안팎에 파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중도보수대통합에 관여한 인사들이 마치 '성골''진골' 마냥, 기존에 당을 지켜왔던 사람들을 '6두품''하호'처럼 내치고 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지도부로부터의 독립만 내세우는 공관위가 엉뚱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외풍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에서는 서울 송파을에서 잘못된 공천이 단행되면, 통합당의 서울 총선 전략을 단번에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현진 후보는 '한반도 평화'라는 위장된 프레임과 보수분열이라는 최악의 구도 속에서 치러진 지난 2018년 6·13 재·보궐선거에서 짧은 선거운동기간에도 불구하고 29.6%를 득표해, 또다른 보수 성향의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앞서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인 배 후보는 이후 1년반 동안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당협관리와 지역구 '표밭갈이'에 전심전력을 다해왔다.


서울 송파을 후보자 추가공모 공고 이후 송파을의 당심(黨心)이 급속히 흉흉해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통합당 소속 송파을 시·구의원들을 공동 명의 성명에서 "배현진 후보는 어려운 시기에 치러진 2년 전 위장평화·북풍바람 선거에서 억울하게 낙선하고서도 변함없이 지역현장을 누비며 무너진 당협을 재건했다"며 "배 후보를 공천해 총선 승리는 물론 이 나라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미래통합당이 돼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 시·구의원들은 "공모와 추가공모의 절차를 거치고 면접까지 마친 상태에서 무슨 사유로 또 추가공모를 하는지 납득할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지역인재를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배제한다면 지역 시·구의원들을 비롯한 당원 일동은 일방적인 결정에 특단의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치공학적 공작 끝에 뜻밖의 결과가 도출될 경우, 지난 2018년 6·13 재·보궐선거에서 패배의 원인이었던 '3자 구도'를 공관위가 자초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당 핵심관계자는 "공관위가 잘못된 공천으로 지역구에서 보수를 분열시킨다면, 애써 이뤄낸 중도보수대통합의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이같은 상황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우려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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