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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사의 눈물 "각서 쓰며 파행은 막았지만"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20.02.29 11:01 수정 2020.02.29 11:02

'여명의 눈동자' 투자 사기 이어 임금 미지급 논란

제작비 지급 차일피일 미루는데 마땅한 대책 없어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 수키컴퍼니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공연 사진. ⓒ 수키컴퍼니

가까스로 파행은 피했지만, 남은 건 상처뿐이다. 공연은 적자를 피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제작비 지급을 미루고 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받기로 한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가 직면한 현실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도 분투를 이어갔지만 공허함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공연제작사 수키컴퍼니 측은 '여명의 눈동자'를 준비하면서 제네픽엔터테인먼트와 투자 계약을 맺었다. 제네픽엔터테인먼트(이하 제네픽)가 KT, 더이앤엠(THE E&M) 등과 투자 계약을 맺어 공연 제작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간에서 자금의 흐름을 책임져야 할 제네픽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연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키컴퍼니 변숙희 대표는 "제네픽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일이 잘못되면서 '여명의 눈동자'도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8월부터 제작비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개인적으로 제작비를 충당해왔지만, 이마저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계약 파기와 함께 민형사상 소송 등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더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키컴퍼니는 공연 파행을 막기 위해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임금 지불을 약속하는 각서까지 써야 했다. 현재까지 앙상블은 약 70%, 주조연 배우들은 30%가량의 출연료만을 받은 상황이지만, 사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반면 최대 투자자로 알려진 KT 측은 제네픽에 이미 약속한 투자금을 모두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우선 정산 1순위 투자자인 만큼, 공연 매출 6억 5000만 원 상당에 대한 권리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수키컴퍼니 측은 투자자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매출을 놓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KT는 오히려 자신들도 적자를 본 피해자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변 대표는 "투자사가 엎어지면 제작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론 자신의 책임도 피할 수 없지만 말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지난해 초연 당시에도 투자사기를 당해 무산 위기에 처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으면서 고통은 더욱 가중됐다. 공연 막판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변 대표는 "그나마 기대했던 단체판매도 취소가 잇따랐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근처 빌딩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취소표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마지막 날 공연엔 유료 관객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며 현재 공연계가 겪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향후 '여명의 눈동자'가 다시 무대에 오르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호평이 줄을 이었던 만큼, 한국 뮤지컬 전체로 봐도 큰 손실이다. 변 대표는 "작은 회사지만,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지켜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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